-난관 부딪힌 지주사 체제 전환 문제
-캐스팅 보트 쥔 국민연금 행보 주목

태영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태영건설 사옥 전경. (사진=다음지도)
태영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태영건설 사옥 전경. (사진=다음지도)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재계는 긴장 상태에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로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과 지배구조 간섭에 따라 회사는 물론,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의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지주사 체제 전환’ 주총 빅이슈

오는 5월 예정인 태영건설의 주주총회는 ‘지주사 체제 전환’이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회사인 TY홀딩스를 신설해 기존의 태영건설과 함께 두 개의 지주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건설 사업부문은 태영건설에 남기고 SBS 등 기타사업을 TY홀딩스에 넘기는 방식이다. 현재 주총에서 최증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작게는 SBS 측의 반발에서부터 크게는 머스트자산운용, 국민연금,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2~4대 주주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이들의 지분율을 합하면 31.2%에 달하는 만큼 영향력이 적지않다. 반면 태영건설에서 윤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38.3%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면 실질지분율은 30.8%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지분율 요건인 33%를 확보하지 못해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SBS노조 측의 입장은 분명하다. 노조는 그동안 그룹사가 개편될 시 SBS가 모기업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SBS의 모든 자회사가 공정위의 규제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자회사들이 매각되거나 투자가 끊길 가능성이 높다.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해 4월
 SBS 대주주 격인 태영건설의 윤석민 회장과 박정훈 SBS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SBS 지분 매각 시도하는 속사정

그룹사 개편을 통해 태영의 자산규모가 현재수준에서 더 커진다면(10조원 이상) 방송법상 태영그룹이 방송사 지분의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점도 변수다. 따라서 태영건설은 SBS 지분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하게 되면 SBS의 운영 방향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만약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최대주주인 윤 회장의 지분율도 대폭 오르면서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윤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태영건설 지분율은 27.1%로, 분할 후에는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27.1%씩 갖게 된다. 사업회사 지분을 투자회사에 현물출자하고, 투자회사 지분율을 올리는 수순에 따른 예측이다.

재계 전문가들 역시 “그룹사 개편이 자산운용사들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동의한다. 지분 15.2%을 보유해 2대주주 자리에 오른 머스트자산금융이 현재 오너일가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머스트 관계자들의 공식 코멘트에 따르면 “어떤 식으로든 태영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이는 태영건설에 대한 견제 장치 성격이 짙다”고 밝혔다. 

즉 오너 일가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따라서 일각에선 윤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9.6%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6.42%를 보유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입장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업계의 시선은 국민연금에게로만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한투신탁은 태영건설에 대한 입장 및 개입 없이 주가가 오르면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파는 등 단순한 행보를 보여 왔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사진=태영건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사진=태영건설)

◇ 캐스팅 보트 쥔 국민연금기금

반면 국민연금의 사정은 다르다. 애초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로 각 기업들을 향해 적극적인 경영 개입을 검토해왔다. 오너 일가와 머스트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쥔 셈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태영건설에 적지않은 반대를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보면 국민연금은 태영건설이 상정한 전체 안건의 22.2%에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까지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542개사 중 12번째로 높은 수치다. 

재계 관계자는 “SBS 측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분위기를 보면 분위기는 좋지 않다. 아울러 지주사 개편 시 태영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입장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정관변경에 워낙 까다롭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은 2017년 정관변경과 관련된 안건들 중 25.67%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국민연금 측은 태영건설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보니 태영건설의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태영건설에 대한 지분이 줄곧 12%를 넘었으나 올해 9.6%까지 떨어졌다. 다만 지분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보유주식가치는 당초 845억원에서 978억원으로 15.7%나 증가한 점은 흥미롭다. 국민연금이 태영건설에 대한 관심을 거둘 수 없는 반증이기도 하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이에 “현재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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