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쿠팡에 2조2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쿠팡에 2조2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쿠팡은 철저히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이며 고객과 관련해 막대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기업을 운영하는 모습이 아마존과 흡사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 또한 IT로 무장한 엔지니어들이다. 심지어 이들이 아마존 출신이기도 하니, 아마존에서 보고 배운 것으로 만든 조직이 쿠팡이라 할 수도 있겠다. 단순히 단일 품목으로부터 사업을 시작해 배송서비스, 단순 풀필먼트 센터운영 등 사업방향이 일치하는 것과는 다르다.

쿠팡은 데이터 기반이라는 유전자(DNA)로 인하여 손정의 회장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본다. 국내 대기업 및 유통시장 강자들이 이커머스에 있어서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데이터 기반이라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의 의사결정 구조는 인간관계 중심이다. 조직문화가 다르니 단순히 IT정보를 활용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아마존이 전세계적 성공을 통해 증명한 방식,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 기업운영과 소규모 팀 단위의 유연한 조직문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 대기업들이 아닌 쿠팡일 거라 생각했을 것 같다. 손회장은 이에 주목했다는 의미다.

쿠팡은 이미 다양한 실험적 서비스들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함과 동시에 자체 물류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한바 있다. 손회장 에게는 쿠팡이 지난 3년간 기록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보다, 이를 통해 얻은 축적한 데이터와 고정 고객들이 장기적으로 더 가치 있었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쿠팡의 전략은 아마존이 걸어온 성공적으로 걸어온 무료배송 혜택을 통한 멤버십 고객과 로켓 상품 및 풀필먼트 셀러의 상품을 연결→ 판매량 증가→ 전체 외형성장 및 수수료수익 확대로 가고 있다.

쿠팡은 물류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와 쿠팡로지스틱스 서비스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멤버십 서비스로 켓와우를 런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쿠팡의 20조~30조원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물류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직매입 상품 비중이 현재보다 월등히 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그만큼의 상품 보관 공간과 효율적 배송 시스템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켓프레시나 새벽배송 서비스, 유료 멤버십 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 안착을 위해서도 물류 부문 투자 및 IT부문에 막대한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다양한 투자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로 인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최고의 화두는 쿠팡의 성공 여부다. 쿠팡은 국내 기업에선 찾아볼 수 없는 계획된 적자 전략을 통해 미래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의견은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나뉘고 있다. 쿠팡에 대한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어 어느 한 쪽의 의견이 맞는지 가늠하기도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쿠팡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켓와우클럽,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 신선식품 및 유기농 상품 주문 후 몇 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는 로켓프레시. 로켓와우클럽은 월 회비를 내면 무료배송, 무료반품,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출시 1주일 만에 15만명이 가입하고, 조만간 가입자 수가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으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쿠팡의 혁신이 소비자의 호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경우 오픈한 이후 8년 동안 막대한 손실을 감당했다. 2000년에는 약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적자를 본 것으로도 유명하다. 쿠팡과 같이 상품직매입과 이에 따른 물류센터 확장이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공격적인 투자 끝에 미국 이커머스 시장 50%를 점유하며 2002년에야 흑자 전환했다.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대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낸 쿠팡은 올해 대대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을 벤치 마킹해 지난해 10월 론칭한 유료 배송 멤버십 서비스로 켓와우는 당일배송·신선식품 새벽배송까지 영역을 넓혔다. 신선식품 배송에 국한돼온 로켓프레시도 올해 일반 상품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로켓프레시는 자정 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이런 쿠팡의 공격적 행보는 기존의 대형마트 온라인 시장에 상당한 위협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쿠팡이 서비스 확대 정책을 유지하면서 수익 전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아마존과 같이 압도적인 시장 1위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쿠팡과 비등한 수준의 이커머스 서비스 경쟁력을 보여주는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쿠팡이 획기적인 서비스를 기획한대도 이미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이들 대기업이 순식간에 같은 서비스를 출시해 쿠팡 경쟁력을 희석시킬 가능성이 높다. 쿠팡이 스타트업인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준비 3개월 만에 내놓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 쿠팡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다. 첫째 아마존의 AWS(아마존 웹 서비스) 같은 수익창출원(캐시카우)를 만들어낼 것 인가. 둘째는 다시 한번 투자자에게 대규모 투자를 수혈 받을 것 인가. 셋째는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마지막 선택지다.

앞으로 쿠팡은 이커머스 유일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즉 쿠팡이 이베이, 네이버, 신세계, 롯데 등 모두 잠식하고 아마존이 미국에서 만들었던 것처럼, 국내에서 당장 몇 푼을 버는 것보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장악력을 기반으로, 시장에 있는 파이를 모조리 집어삼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쿠팡의 미래는 국내 최고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직 손정의 회장의 행보에 있다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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