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사고 원인의 1순위로 거론되는 전자파
-차량 안 다양한 부품들 탑재로 전파 간섭 현상 유발
-전자파 차폐 기술 강화 위해 관련 소재 연구 진행 중

사고가 발생한 우버의 자율주행차량이다. 자율주행차의 돌발 사고의 원인으로 전자파 간섭 현상이 많이 거론되어 왔다. (기사 내용과 무관)
사고가 발생한 우버의 자율주행차량이다. 자율주행차의 돌발 사고의 원인으로 전자파 간섭 현상이 많이 거론되어 왔다. (기사 내용과 무관)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자동차 업계는 올해를 자율주행차 시대로 점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IT) 기술과 연결하면서 GPS, 레이더, 공기압 자동 센서 등 다양한 주파수를 사용하는 커넥티드카가 뜨고 있다. 편리한 만큼 해결해야 할 부작용이 있다. 전장용 부품이 많이 쓰이는데 전자파로 인한 차량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 미래차가 뜨면서 차량의 전자파 차폐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인텔은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하루에 4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으로 분석했다. AI를 기반으로 첨단 기술이 접목된 미래차가 과도한 주파수를 방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자파 노이즈를 차단할 기술이 절실하다. 특히 차량이 스마트 기술을 탑재하면서도 경량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자파 차폐 소재도 이에 맞춰 고성능·다기능을 자랑하는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전문가들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의한 인체 유해성을 우려하고 있다. 장치 오작동과 디바이스 발열 등의 문제도 해결 과제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안전운행을 위해 고출력 전장품을 탑재하는데 전자파에 의해 전장품이 오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급발진 사고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이 가운데 국내 학계에서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기 위한 소재 개발을 연구 중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연구진은 전기전도성이 우수해 금속필름보다 전자파 차폐 소재로 우수한 성질을 보이는 2차원 나노물질 ‘맥신’을 개발했다.

운행되는 자율주행차에서 운전자가 독서를 하는 모습.
운행되는 자율주행차에서 운전자가 독서를 하는 모습.

연구진은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유기잉크 제조기술도 개발했다. 전자파를 막을 수 있는 차폐효율은 전기전도성이 높을수록 높아지는데 개발된 맥신은 전기전도성도 높고 수용액을 이용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전자파 차폐나 전극패턴 소재로 제작하기 쉽다. 2차전지, 대용량 축전지, 가스 센서, 바이오센서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맥신은 제작과정에서 물 분자나 산소에 의해 산화되기 쉽다. 전기전도도를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물과 화합하기 쉬운 친수성이라서 반대 성질인 소수성을 지닌 고분자 재료들을 활용하기 어렵다. 이 같은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네일 리무버 등에 사용되는 솔벤트를 맥신이 분산된 물과 섞어 소수성을 지닌 맥신 유기용매를 개발했다. 산화를 막고 소수성 고분자물질과 쉽게 섞어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 속 맥신이 솔벤트로 넘어오면서 맥신 유기잉크가 만들어지는 원리다.

별도의 정제과정 없이 간단한 공정을 통해 만들 수 있어 상용화에 유리하다. 연구를 주도한 구종민 키스트 센터장은 “산화 안정성뿐만 아니라 소수성 물질과도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전자파 차폐, 전극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센터장은 2016년 나노신소재인 맥신을 개발한 뒤 후속연구를 지속해왔다.

전자파 차폐 소재 유연성 시험하는 ETRI 연구진 (사진=ETRI)
전자파 차폐 소재 유연성 시험하는 ETRI 연구진. (사진=ETRI)

앞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 창의연구소 신소자연구실은 전자파를 100% 가까이 차단하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그래핀 복합소재에 맥신을 첨가해 가벼운 전자파 차폐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신소재인 그래핀을 이용해 전자파를 막기 위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그래핀이 금속보다 전기 전도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전자파 차폐 성능은 소재의 전기 전도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래핀·고분자 복합소재에 멕신의 한 종류인 ‘티타늄 카바이드’를 넣어 문제를 해결했다. 개발된 소재는 나노 복합소재 사용 군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파 차폐율(99.9999994%)을 기록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개발된 소재는 비교적 높은 전기 전도도를 지녔고 가벼우면서 유연하다. 특히 금속보다 쉬운 제조공정으로 상용화하기 유리하다. 연구진은 개발된 소재를 자율주행차의 전장 부품을 포함해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로봇용 피부, 의료기기 등 전자파 노출 환경에서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를 진행한 최춘기 ETRI 박사는 개발한 소재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파 차폐 성능을 가진 나노 복합체다”라면서 “외부의 작은 압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센서 기능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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