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 입맛 사로잡은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의 불닭 브랜드 제품군들.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의 불닭 브랜드 제품군. (사진=삼양식품)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체감 경기 한파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얼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들은 잘 팔린다. 소비자들은 과자 한 개를 사도 트렌드‧콘셉트가 명확한 것을 구매한다. 물론 빅 히트 친 상품은 해외에서도 통한다. 예컨대 ‘초코파이’, ‘불닭볶음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동원참치’ 등은 기업에 있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에 본지는 히트 친 제품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의 청사진을 들여다보고,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할 비전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 마니아 층에서 대중들 입맛 사로잡은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은 한국식 매운맛의 중독성을 세계에 전파했다. 2012년 4월 출시한 ‘불닭볶음면’은 출시 당시 “너무 매워서 사람이 도저히 먹을 수 없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마니아층의 입맛을 꾸준히 사로잡은 끝에 회사의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커리, 마라, 까르보나라, 짜장 등 제품군을 확장하는 등 회사의 매출을 담당하는 제품으로 발돋움했다.

이 회사의 매출을 살펴보면 2012년 불닭볶음면 브랜드의 매출은 1억원을 웃돌다가 2016년 무려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18년엔 2852억원을 기록하며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오너리스크로 침통함을 이어갈 줄 알았던 회사가 효자상품 하나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의 부인 김정수 사장의 아이디어를 통해 출시됐다. 김 사장은 딸과 함께 불닭을 먹으러 갔다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 제품 출시 당시 회사는 매운 볶음면이라는 제품군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매운맛을 즐기는 소수 마니아를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가졌다.

현재는 틈새시장을 노린 제품이 아닌 대세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불닭볶음면’은 별다른 광고 없이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다만 유튜브 플랫폼이 인기를 견인했다. 매운맛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유튜브를 통해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이 이루어진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은 한 번쯤 도전했거나 해봐야 하는 ‘K-Food’의 아이콘이다”라면서 “매운맛 특유의 중독성으로 국내외 라면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매운맛에 힘들어하면서도 맛있다며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에 열광하면서 ‘불닭볶음면’을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봐야하는 음식으로 인식한 것이다. 유튜브에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를 검색하면 무려 100만 개 이상의 영상이 검색되는데 제품이 ‘콘텐츠’로 자리 잡은 사례로 기록됐다.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야 하는 매운 음식이 된 불닭볶음면은 중독성으로 인기를 이어간다. (미안먀에서 열린 불닭볶음면 빨리 먹기 대회=삼양식품)

◇ 매운맛 완화 등 소비자 취향 파악해 제품군 확대

‘불닭볶음면’의 매운 맛을 완화 시키기 위한 다양한 레시피도 입소문을 탔다. 소비자들이 스트링 치즈, 계란, 참치 등을 활용한 조리 방식을 공유하는 것을 착안해 회사는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을 내놓으며 제품을 확장했다.

회사가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귀 기울여 접목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불닭볶음면’뿐만 아니라 후속 제품들이 줄줄이 히트를 치며 국내 라면 시장에서 ‘불닭’ 제품군들이 주요 브랜드로 떠올랐다.

주목할만한 점은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이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출 분야에서도 효자상품으로 자리했다. ‘불닭볶음면’ 덕분에 삼양식품은 매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2015년 3000억원을 밑돌던 매출은 2018년 4693억원, 2019년 5400억원 정도를 기록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양식품 측은 ‘불닭볶음면’의 인기 지속을 두고 “수출 초기부터 KMF 할랄 인증을 획득해 세계 무슬림 인구 60%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 쉽게 수용될 여건을 마련했다”면서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로 폭 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의 한 마트에서 직원들이 불닭볶음면 판촉을 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베트남의 한 마트에서 직원들이 불닭볶음면 판촉을 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 중국·동남아·미국 시장에서 맞춤 마케팅으로 승부

이 회사는 해외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해외전략기획팀, 해외영업지원팀을 통해 각 시장을 분석해 맞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 결과 중국 수출액은 2016년 450억원에서 2017년 1000억원으로 2배 가량 뛰었다. 중국은 삼양식품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 국가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중국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큰 지역은 동남아(35%)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는 이 중 최대 수출 국가다. ‘치즈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으로 인증 품목 수를 늘려 소비자층을 확보한 것이 인기 요인이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 위주의 수출 라인업을 다양화하기 위해 브랜드를 새롭게 런칭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 4가지(떡볶이, 불고기, 짜장, 김치)를 라면으로 구현한 신제품 ‘삼양 80G’ 4종을 출시했다.

미국 수출도 두드러진다. 이 회사의 미국 매출 규모는 2016년 80억원, 2017년 155억원, 2018년 185억원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Fire Noodle Challenge’ 열풍이 불던 2016년부터 미국 내 아시아인들을 중심으로 ‘불닭’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수출물량이 확대됐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삼양식품은 이 기세를 몰아 미국 내 주류 시장 진입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히스패닉 맞춤형 제품도 출시했다. LA를 기반으로 한 제조·유통사인 UEC의 제안을 받아 2018년 3월부터 히스패닉을 공략한 ‘타파티오 라면’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UEC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미 중서부이 대형 마켓에 입점하는 등 유통망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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