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경영난’ 무급 휴직에 존폐 위기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최근 이스타항공 인수를 확실시한 애경그룹 계열사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1위로 거듭나게 됐다. 지난해 기준 제주항공의 여객 점유율은 14.17%로 이스타항공(6.57%) 인수 시 20.74%로 상승한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 이은 코로나 확산에 항공업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 누적 적자 수백억 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은 무급 휴직까지 돌입하며 회사의 존폐 위기를 겪었다.

결국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제주항공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양사가 인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만 해도 코로나 사태는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3월과 4월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의사를 직원에게 전달한 상태다. 제주항공이 떠안을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약 545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을 2일 공시한 제주항공은 주식 취득 예정 일자(4월 29일)까지 지난해 말 지급한 이행보증금(115억원)을 제외한 약 430억원을 납부 할 방침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당초 예상 매각가보다 150억원 가량 줄어든 금액으로 인수하게 됐지만 항공업계 불황 속 정상화가 시급한 이스타항공을 제주항공의 재무력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가 지난해 28일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주항공)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가 지난해 28일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주항공)

◇ 제주항공, 이스타 인수로 재무력 악화 예고

이스타항공은 1월과 2월 임직원의 국민연금, 고용보험 납입분을 내지 않았다. 급여명세서엔 납부한 것처럼 표기해 직원들이 해당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이 회사는 또 직원과의 사전 협의 없이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겠다고 했다. 앞서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임금 삭감까지 했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 “피할 수 없다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이스타항공 경영 안정화 및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되는 상황에서 현실감 없는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직 이스타항공 경영과 관련해 사측이 관여할 권한이 없다”면서 “주식 취득 예정일자(4월 29일)까지 양사가 인수를 위한 협의를 해나가는 과정에 있고 인수 확정까지는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로고.

◇ 1700억원 규모의 체불임금 해소 관건

한편, 코로나19 상황이 닥치면서 제주항공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중도에 매각을 포기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스타홀딩스가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한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체불임금을 포함해 17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을 해소하라는 선행조건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 이스타항공은 회생보다는 청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간 상태인 데다, 이달부터 모든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이후 항공운항증명도 정지되면서 노선 운항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스타항공 근로자 1600여명이 직장을 잃게 된다. 

선행 조건 이행 여부를 놓고 두 회사의 입장차가 엇갈리면 계약 파기의 책임을 두고 법정 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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