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덕에 ‘짜파구리’ 호실적 기대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 (사진=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 (사진=농심)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체감 경기 한파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얼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들은 잘 팔린다. 소비자들은 과자 한 개를 사도 트렌드‧콘셉트가 명확한 것을 구매한다. 물론 빅 히트 친 상품은 해외에서도 통한다. 예컨대 ‘초코파이’, ‘불닭볶음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동원참치’ 등은 기업에 있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에 본지는 히트 친 제품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의 청사진을 들여다보고,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할 비전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에 덩달아 웃은 농심

“8분 뒤 도착하니까 '짜파구리' 해주세요. 우리 다송이가 제일 좋아하는 거니까. 냉장고에 한우 채끝살 있을 텐데 그것도 좀 넣고.” 영화 ‘기생충’에서 연교(조여정)는 폭우 때문에 캠핑을 중단하며 집으로 가는 길, 가정부 충숙(장혜진)에 전화해 지시한다.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는 인스턴트 라면으로 만든 요리다. 

이러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기생충 특수를 누리면서 덩달아 농심도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짜파게티와 함께 짜파구리를 구성하는 너구리 매출 또한 급증해 평소보다 5배 이상 많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 발표(2월 10일) 이후 2월 11일부터 이틀간 짜파게티와 너구리 브랜드의 매출은 전주 대비 무려 60% 정도 급증했다. 주요 판매처에서도 눈에 띄는 인기를 보였다.

GS25에서는 10일과 11일 너구리와 짜파게티 봉지면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61.1% 증가했고 용기면도 33.7% 늘어난 매출기록을 보였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지난달 10일부터 12일간 짜파게티와 너구리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43.1% 늘었다. 비슷한 기간, 이마트에서도 농심의 기본 주력 제품인 신라면보다 짜파게티의 매출이 더 높은 현상도 나타났다. 농심은 수십 년 동안 신라면으로 국내 라면시장 매출 1위를 차지해왔다.

그간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 만들어 먹는 ‘짜파구리’는 농심의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아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조 3439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그러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788억 1600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짜파구리’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업계는 농심이 호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생충에서 등장인물이 짜파구리를 먹는 모습. (사진=기생충 예고편 갈무리)
기생충에서 등장인물이 짜파구리를 먹는 모습. (사진=기생충 예고편 갈무리)

◇ 두 가지 효자상품으로 올해 매출 순항 기대

농심은 간접광고(PPL)를 의뢰하지도 않고도 특수를 누리게 된 셈이다. 현재 농심은 유튜버 채널에 짜파구리 레시피를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세계 각국의 영화관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제품을 나눠주며 홍보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짜파구리’ 제품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짜파구리’는 기생충 개봉 이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맛있는 라면 레시피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이 또한 농심 측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2014년 방송국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과 자녀가 ‘짜파구리’를 해 먹는 장면이 송출됐는데 당시에도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구매를 자극했다. 그러다 이번 기생충 흥행으로 ‘짜파구리’의 세계화를 눈앞에 둔 것이다.

농심은 ‘짜파구리’의 국내외 인기를 회사 차원에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그동안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놓은 것이 그 배경이다. 농심은 라면 업계에서 일찍 해외 진출을 했다. 1971년 미국 시장에 최초로 라면을 수출한 이 회사는 아시아까지 영역을 넓혔다. 해외 매출 규모는 2017년 6억 4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약 8억 1000만 달러(추정치)를 기록하는 등 좋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일찍이 해외 시장을 닦아놓은 덕에 ‘짜파구리’를 회사의 효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짜파구리’ 덕에 미국 내 아시아라면 소비량도 증가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했다. 농심이 여러모로 한류 열풍을 주도한 셈이다. 농심은 조만간 미국 제2공장 착공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웰빙 시대에 맞춘 건면과 생면 생산설비도 구비해 건강한 식생활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잡을 계획이다.

한편, 농심은 2017년 업계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신라면을 입점하는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수출을 시작할 당시 아시아 사람들 위주의 판매에서 미국 주요 소비 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농심은 소비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경쟁사의 매운 라면 인기를 따라잡을 매운 너구리 라면을 내놨다.

짜파구리 조리법 영상. (사진=농심 자사 유튜브 채널)
짜파구리 조리법 영상. (사진=농심 자사 유튜브 채널)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