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등돌린 여의도 증권가

서울 여의도 증권가 풍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풍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증권가에서 잔뼈가 굵은 메리츠증권 곽영권 상무·오미영 부장·장성훈 이사·한국투자증권 박철수 이사·장희 부장·BNK투자증권 김덕규 전무·흥국증권 김기형 상무·유진투자증권 이시춘 상무·이용문 이사·황은철 부장·KR투자증권 손영호 상무.

이름만 나열해도 알만한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옛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출신이란 점이다. 이들은 은행 투자은행(IB) 사업부에서 핵심인력으로 활동하면서 전문성과 개인역량을 인정하는 증권맨으로 이직을 감행한 경우다.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IB 증권사부터 중형 증권사까지 각 부동산금융 임원부터 허리급인 부장에 대거 포진해 있다. 이들이 외환은행에서 이직한 시기는 증권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된 7~8년 전 즈음이다.
 
PF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기법을 뜻한다. 이를 통해 각 부동산금융 관련 본부에서 근무한 이들이 증권사와 PF 관련 투자 건을 논의하면서 시장 성장 가능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샐러리맨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샐러리맨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CEO보다 연봉 높은 임직원 속출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의 이직을 부추겼을까. 증권업계는 매년 사장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직원이 속출할 만큼 개인 성과를 중요시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재작년 김승현 IBK투자증권 전무는 16억8900만원의 연봉을 챙겼지만, 김영규 사장은 5억원 미만으로 공시 대상이 안 됐다.
 
KTB투자증권의 경우 장호석 상무(11억8100만원), 이승대 전무(10억9700만원)가 최석종 사장(8억1400만원)보다 높은 연봉을 받아 갔다. 한화투자증권 유재석 부장(9억400만원) 등 임직원 4명이 권희백 사장(5억6400만원)보다 연봉이 높았다.

반면 개인 직원의 성과는 은행 전체가 구성해 놓은 시스템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은행에선 순환 보직이 일반적으로 진행된다. 예컨대 농협은행에선 최근 인프라금융 회장을 맡고 있는 인사를 일선 지점장으로 순환 보직 차원에서 발령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과 증권사 간 관점의 차이가 이들의 이직을 부추겼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이직률이 높던 당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으로 진통을 겪었던 시기로, 이들의 증권사 이직 결심을 하는데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뉴스)

◇ 평균 근속연수 9.3년…은행원 보다 짧아

한편, 증권맨의 평균 근속연수는 15년이 넘는 은행원 등 다른 금융권에 비해 매우 짧은 수준이다. 이는 계약직 비율이 높아 구조조정이 쉬운 증권업의 특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의 조직문화는 성과주의, 개인주의, 높은 이직률로 설명된다. 증권사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다른 금융권 직원들에 비해 짧은 건 증권업의 이 같은 구조적 특성과 관련이 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자기자본 규모 10대 증권사의 1분기 말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9.3년이다. 가장 근속연수가 짧은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으로 4.5년. 삼성증권(8.7년)과 미래에셋증권(7.1년)도 대형사치곤 짧은 편이고, NH투자증권(9.7년)과 하나대투증권(9.7년)도 10년 미만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높은 충성도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증권사 직원 본인들은 몸 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편”이라며 “중장기적인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고용환경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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