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살아 남아라’

영화 ‘부산행’ 스틸 컷.
영화 ‘부산행’ 스틸 컷.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출근하려니 문밖에 나서기가 무섭다. 대중교통 안에서 잠깐이라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사람들 눈에서 독기가 감지된다. 뉴스는 온통 코로나19 특보와 신천지 소식들로 도배한다. “사는게 사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서울도 뚫렸다. 주요기업들은 기자실을 중단하거나 폐쇄조치 했다. 당분간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미팅 또한 금지했다고 알렸다. 유통업계도 속속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시는 시민 접촉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공무원 출·퇴근시간까지 바꿨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하루 종일 방콕할려니 숨통이 막혀온다. 감기 증세라도 있으면 병원에서 오히려 감염될까봐 선뜻 나서지도 못한다. 선별치료소가 있지만 내키지 않는다. 그러니 집에만 있다. 택배 기사가 와도 택배를 문 앞에 두고 가길 바란다.

엘리베이터 타기도 두렵다. 이 안에서 누가 기침이라도 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 미취학 아동의 부모들도 죽을 맛이다. 유치원과 학교 등의 개학이 미뤄지는가 하면 어린이집에도 임시휴원 조치가 속출하고 있다. 당분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안전지대는 없다.   

문화·행사는 전면 취소됐고, 영화관·생필품 장소도 썰렁하다. 명동에 주말이면 그 많던 사람들도 자취를 감췄다. 전국이 온통 유령도시다. 유일하게 붐비는 곳은 대형마트다. 그나마 일회용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섰지만 재고도 없고 비싸다. 마음이 무겁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소비자를 등친 ‘얌체 상술’이 기승을 부린다. 재고가 있는데도 ‘품절’됐다며 폭리를 취하는 마스크업체들이 있는가 하면, 이통3사는 삼성 갤럭시S20 판매와 관련해 단말기 예약절차를 놓고 담합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당했다.

전국에서 하루새 60명이 감염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망자도 9명으로 늘었다. 국회는 헌정 사상 폐쇄됐다. 국회의원들 중 확진자가 나온다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출마는 사실상 물건너 가게 된다.

결국 정부는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안전한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살아가기 위한 사람들의 극한 사투다. 영화는 영화일뿐인줄 알았다. 한마디로 요즘 시국은 좀비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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