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새 내부거래 규모 줄어

대우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대우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경쟁이 없는 곳엔 혁신이 없다. 시장경제 하에서 자명한 법칙이다. 그러나 이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 중 하나가 국내 건설 시장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내부거래로 혁신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기업들은 계열사로부터 수의 계약으로 일감을 받는 동시에 실적이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회복을 위해 내부거래를 늘려왔다. 공정위에서도 부당 내부거래를 잡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통찮은 구석이 많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내 건설업 경쟁력의 악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본지는 주요 건설사의 내부거래 비중 실태를 심층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 대우건설, 내부거래 비중 낮은 이유?

대우건설의 내부거래는 최근 2년새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요 건설사의 특수관계자 등과의 거래내역을 살펴본 결과 2018년 1074억원이던 내부거래 규모는 2019년 322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내부거래 비중은 0.9%에서 0.3%로 낮아졌다.

그렇다면 최근 대우건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대우건설의 ‘주인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워낙 내부거래가 높은 대기업들을 보면 오너일가의 지분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자회사들의 가치를 키워놓으면, 그 혜택이 오너일가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는 흔히 오너일가의 사익편취와 무관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경우 실질적인 주인인 한국산업은행이 2017년 무렵부터 끊임없이 매각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당시부터 호반건설이 유력 인수자로 떠올랐으나 모종의 이유로 무산된 이후 현재 주인 없는 회사로 표류하고 있다.

둘째, 당국의 강력한 규제다. 사실 대우건설의 내부거래 문제는 다른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사항이었다. 워낙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일가 지분이 30%인 회사에 한정해 이루어지는데, 총수가 없는 대우건설은 이러한 점 때문인지 최근 몇 년간 통계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았고, 언론의 표적으로부터도 빗겨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표면에 드러난 사실만을 그대로 믿어서는 곤란하다고 진단한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대우건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대우건설)

◇ ‘김상조 효과’ 덕에 일감몰아주기 줄어

실제 대우건설은 공정위로부터 내부거래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2017년 이전까지 대우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은 대체로 6%대를 유지하며 선방하는 모양새였지만, 공정위가 제동을 걸고 들어왔다. 당시 공정위는 2011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5년간을 대상으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및 공시이행 여부를 점검했다. 그 결과 대우건설 소속 5개 계열사에서 9건의 공시의무 위반 사항을 적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부거래가 있었음에도 보고하지 않거나 시한을 넘겨 공시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마침 같은 시기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하며 ‘김상조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이 늘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조하자 1년 새 규제대상 기업들의 내부거래가 무려 32%가량 감소했다. 대우건설도 이러한 흐름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에 2018년 대우건설의 내부거래 규모도 0%대로 쪼그라들었다.

셋째, 업계는 대우건설의 지속적인 자산 효율화를 꼽는다. 지난해 취임한 김형 사장은 자산 효율화와 재무 안정성, 현금 확보 등 차원에서 △대중제 골프장 파가니카CC △인천 송도 쉐라톤 호텔 △사이판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 등을 매물로 내놨다. 대우건설이 몸집 줄이기에 돌입하자 자연스레 계열사들에게 떨어지는 일감도 줄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마침 대우건설이 재무 건전성을 내세운 최근 몇 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확연히 감소하는 흐름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몸집 줄이기와 내부거래 감소는 큰 관계가 없다”며 “골프장 등은 공사비 대금으로 받은 자산이다. 우리의 주력 사업과 큰 관계가 없다. 아무래도 대우건설이 그룹사가 아니다보니 내부거래 비중이 낮게 잡히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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