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정부 말은 더 안 들어
-기업은행, 장애인 채용 촉진할 시스템도 부재
-윤종원 행장 “장애인 뽑겠다” 포부, 이번에는 다를까

기업은행이 장애인 고용 미달로 여론의 표적이 되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노동시장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에게 보호작업장이 아닌 일반 기업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로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된 지 27년이 넘었지만 ‘유명무실’에 가깝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3.2%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은 사실상의 ‘벌금’인 고용부담금을 내곤 한다. 이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매년 수백억 대의 벌금을 불사하기도 한다. 이에 장애인 고용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금융업계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 장애인 고용의무 소홀한 IBK

IBK기업은행은 금융 공공기관 기준으로 지난 5년 동안 가장 많은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해온 은행이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장애인 고용 인원은 379명으로 의무고용 인원인 426명에서 47명을 밑돌았다.  

IBK기업은행의 장애인 고용률은 최근 답보상태다. 2018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납부액만 4년 간 무려 20억 9200만원에 달했다. 기준치에서 한 사람이 미달할 시 부과되는 벌금이 한 해 5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고용노동부의 권고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단 한 사람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은 산업은행이 같은 기간 납부한 벌금 17억 7000만원보다 높은 수치다. 

기업은행 측은 “신입사원 공채 때마다 장애인 채용에 노력하고 있다”며 “일부러 안 뽑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마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 측이 매년 공채 때마다 장애인 채용계획을 내놓는다 한들 실제 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은 게 현실이다. 

올해 기업은행의 2020년 공채채용에서 ‘장애인 지원 시 우대’라는 문구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전년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은행권에서 중증 장애인들이 고스펙의 일반인 취준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쉽게 말해 ‘정말 어지간히 우대하지 않는 한’ 이들이 채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무다. 

이런 이유로 시중은행들은 장애인들은 장애인들끼리 경쟁하는 ‘장애인 전형’을 도입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장애인들을 고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개를 젓는 현실이다. 예로 OK저축은행은 최근 “장애인 전형을 도입함에도 지원율이 미달되곤 한다”며 “중증 장애인의 경우 해당 전형에 거의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IBK기업은행)

◇ 실질적인 노력 부재하다는 비판

이러한 전형이 없는 경우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한다. 공채 시 장애인 채용규모를 설정하고 이에 맞춰 전형을 마련한다면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이 마련되었다고 보아야 옳다. 하지만 기업은행과 같이 등 떠밀려 장애인을 채용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신문만 보다가 퇴근하는 장애인 직원들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다가 일단 뽑아놓고 보면 ‘나 몰라라’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계약직 채용도 문제다. 요즘이야 워낙 비정규직 관련해 말들이 많다 보니 좀 잦아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이전부터 장애인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면서 ‘장애인 쿼터’를 도입하겠다는 등의 ‘언론 플레이’를 펼쳐 눈총을 받아왔다. 10년 가까이 해마다 빠지지 않고 장애인 쿼터를 도입하겠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바 없다. 이에 대해 본지는 기업은행 측으로부터 장애인 직원의 계약직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물론 기업은행이 굳이 ‘장애인 전형’이나 ‘장애인 쿼터’를 반드시 도입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업계에 어느 정도 정착된 제도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기업은행은 워낙 공공기관에 속하고,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른 은행들은 몰라도 기업은행 등은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 “배울 것은 빨리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내부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감지된 듯하다.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최근 취임사를 통해 혁신금융과 함께 ‘바른 금융’을 강조했다. 윤 행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윤리를 지키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이 바른금융”이라며 “당장 우리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의무채용 비율을 규정에 맞게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허울뿐인 어젠다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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