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매장 추행범 봐준 올리브영
[기자수첩] 매장 추행범 봐준 올리브영
  • 김소윤 기자
  • 승인 2020.02.22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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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여성분이 신고한다고 하는데 동의하시나요?” 한 CJ올리브영 매장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수차례 도움을 요청한 데 따른 매장 직원의 답변이다. 어찌 된 영문일까. 최근 한 인터넷커뮤니티 글에 게재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내막은 이렇다. 

A씨는 12일 저녁 서울 강서구 인근 CJ올리브영 매장을 찾았다. 이 곳에서 상품을 둘러보던 A씨는 30대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성 B씨에게 여러 차례 강제추행 혹은 성희롱을 당했다. 계속된 B씨의 성희롱에 A씨가 “왜 남의 엉덩이를 만지냐”고 소리쳤고, 부인하는 B씨와 말다툼으로 치닫았다. A씨는 카운터에 있던 직원에게 신고 요청을 했으나 직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보고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칫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던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A씨는 B씨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며 무려 수차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남자 직원은 B씨에게 “여성분이 신고한다고 하는데 동의하시나요?”라며 오히려 감싸줬다는 것이다. 이 틈을 타 B씨는 황급히 그 자리를 피했고, A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cctv를 확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A씨는 이 영상을 통해 고의성이 다분한 성추행 장면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매장 직원의 한마디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며 하소연했다. 

이후 A씨는 본사와 매장 책임자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매장 점장이 A씨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는커녕 본사 ‘내부규정’상 고객 간의 논쟁은 고객이 신고해야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 A씨는 “신고를 여러 차례 요청한 상황에서 바로 신고를 했으면 현행범으로 체포가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신고 동의를 구하는 게 매장이 말하는 ‘내부규정’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CJ올리브영 측은 A씨에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본사 측의 매뉴얼 덕에 B씨의 도망을 도와준 꼴이 됐다.

자칫 이 사건으로 CJ올리브영이 여성 소비자들로부터 불신을 사는 계기가 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 상식적으로 위협을 느낀 여성의 신고는 재빨리 이루어져야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여성안심귀갓길’을 운영한다. 정부는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을 위해 신고위치 표지판을 설치해둔다. 여성이 신고를 하면 경찰이 1분 내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감안하면, CJ올리브영의 이번 대응은 상식과 법체계를 벗어난 행위다.

글을 접한 소비자 C씨는 “문제의 직원도 본인이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라면 타인에게 신고를 대신 해달라고 요청할텐데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심지어 CJ올리브영의 본사 규정 때문이었다는 말은 불매 운동을 불러일으킬만한 심각한 핑계다”라고 지적했다. 

A씨는 “본인이 당하는 상황이거나 여동생, 여자 친구, 부모님이 나였어도 성추행을 한 남성에게 신고 동의를 물어볼 것이냐”라고 분노했다.이날 이후 A씨는 2차 가해를 우려하고 있다. A씨는 현재 B씨를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CJ올리브영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드럭스토어다. 주로 여성 고객층이 찾는다. CJ올리브영의 ‘내부규정’에 여성의 위협을 방관하라는 내용이 있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왜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사과문이나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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