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 실적을 냈다. (오리온 본사=연합뉴스)
오리온은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 실적을 냈다. 사진은 오리온 본사.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체감 경기 한파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얼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들은 잘 팔린다. 소비자들은 과자 한 개를 사도 트렌드‧콘셉트가 명확한 것을 구매한다. 물론 빅 히트 친 상품은 해외에서도 통한다. 예컨대 ‘초코파이’, ‘불닭볶음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동원참치’ 등은 기업에 있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에 본지는 히트 친 제품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의 청사진을 들여다보고,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할 비전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 국내외 소비자 지갑 열게 만든 효자 상품 전략

지난해 오리온은 매출 2조원을 넘기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16% 증가해 327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찍었다. 전체 매출액 규모는 5% 늘어 2조233억원으로 집계됐고 당기순이익은 54% 증가해 2223억원을 기록했다. 불황에도 오리온이 진기록을 세운 비결은 무엇일까.

다양한 전략이 통했겠지만 우선 효자상품이 내수와 해외에서 골고루 인기를 얻은 것이 한 몫 했다. 이 회사는 다양한 히트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회사를 대표할만한 상품은 ‘초코파이’다. 1974년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는 반세기 가까운 시간동안 인기를 끌고 있다. 초코파이의 ‘원조’ 오리온은 제품에 ‘정(情)’이라는 글자를 덧붙이며 우리나라 특유의 정을 주고받는 문화를 공략했다.

이처럼 ‘초코파이’는 맛과 감동을 동시에 잡았다. 이는 군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군인에게도 통했다. 자유롭지 않은 군대 생활에서 힘이 되는 간식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사회에서 먹는 ‘초코파이’ 개수보다 군대에서 먹는 량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초코파이’를 받기 위해 군대 내에서 교회와 법당을 오가는 이들도 있고 군대 내 축하 자리에는 ‘초코파이’에 초를 꽂아 케이크 대용으로 쓰인다.

‘초코파이’는 새로운 맛으로도 출시됐다. 2016년 오리온은 바나나 맛 초코파이를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이를 기점으로 녹차향의 말차 라떼 맛 ‘초코파이’도 출시해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또 새롭게 출시된 ‘찰 초코파이’는 떡을 넣어 만들었는데 인절미‧흑임자 2가지 맛으로 구성돼 전통 음식을 선호하는 이들을 공략했다.

초코파이는 정이라는 글자를 통해 국내 정서를 반영했다. 새로운 맛을 출시해 다양한 입맛도 사로잡았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해외 판메에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인기를 견인했다. (사진=오리온 sns)
초코파이는 정이라는 글자를 통해 국내 정서를 반영했다. 새로운 맛을 출시해 다양한 입맛도 사로잡았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해외 판메에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인기를 견인했다. (사진=오리온 sns)

◇ 세계 경기 침체 아랑곳 않고 매출 성장 지속

국내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은 ‘초코파이’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 러시아 법인이 따로 있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다”면서 “중국에 1993년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사업을 시작해 햇수로는 27년째고 베트남과 러시아에서도 각각 15년 이상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연간 20억개 판매로 추산되는데 러시아, 중국, 베트남 등에서 잘 팔린다. ‘초코파이’가 해외에서도 효자노릇을 한 셈이다. 여기엔 오리온의 공략법이 더해져 효과를 봤다. 해외법인을 통해 사업을 펼치며 직접 해외 본토에 뛰어들었다. 수출 개념이 아닌 현지 법인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선보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추운 날씨에 진하고 씁쓸한 차를 마시며 견디는 러시아인들에게 달콤한 초코파이가 디저트로 안성맞춤이었다. 오리온은 2006년 러시아에 공장을 설립하며 현지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현지인들의 입맛을 고려한 라즈베리 맛 등 다양한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보따리상에 의해 알음알음 시작된 초코파이에 대한 러시아인의 애정은 30년이나 지속되며 오리온의 불황 타파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오리온의 러시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9.2%, 55.5%나 늘었다.

중국에서도 효자상품의 현지화 전략 덕을 톡톡히 봤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인(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에 착안해 우리나라의 ‘정(情)’ 대신 ‘인(仁)’을 ‘초코파이’의 이름과 함께 새겼다.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된 말차 맛은 원래 차를 즐기는 중국인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에 먼저 출시됐었다. 오리온의 중국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 12% 성장했고 영업이익률도 사드 사태를 극복하고 16%를 돌파했다.

베트남에서도 파이 부문에서 6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초코파이’는 2018년 920억원의 매출 기록을 보이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오리온은 더운 나라에서도 맛이 변형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오리온의 베트남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9%, 16.5% 상승했는데 이는 최대 실적이다.

오리온의 효자 상품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소비자 트렌드를 읽는 전략이 꼽힌다. 착한 포장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사진=오리온 sns)
오리온의 효자 상품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소비자 트렌드를 읽는 전략이 꼽힌다. 착한 포장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사진=오리온 sns)

◇ 소비자 트렌드 선점, 효자 상품 매출과 시너지 

오리온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최근 2~3년간 효율 중심의 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제품력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였는데 해외에서도 같은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제품중량 증가)를 국내와 해외에서 2014년부터 시작했는데 최근 소비자들에게 점점 인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연구개발과 원자재 구매 등에도 효율적인 구조를 통해 글로벌 통합 관리를 구축했다”면서 “이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서다. 잘 팔리는 제품의 제조 가동률을 더 높여 재고일수를 줄이는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제품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오리온은 제품력을 강화해 발 빠르게 소비자 트렌드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효자 상품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향후 지난해 말 출시한 ‘제주 용암수’로 생수 시장을 개척하는 등 신사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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