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 VS 호반건설…엇갈리는 건설업 평가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국내 건설사 중에서 순수하게 건설업만 영위하는 업체는 얼마나 될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종합건설업체수는 1만1039개. 이중 순수하게 건설업만 영위하는 업체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이중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과 호반건설은 딴 살림을 같이 차렸지만 시장에서의 평가는 엇갈린다. 

◇ 독이 된 HDC그룹

석 달 전 아시아나항공을 품은 HDC현산은 건설업 중심에서 호텔, 항공업으로 확장하면서 종합그룹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항공업계 침체와 함께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동남아 노선 공급과잉 등 악재가 겹치며 42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역시 코로나 여파로 중국 및 동남아 운항이 중단되면서 경영에 비상등이 커졌다. 

이는 인수기업 HDC현산에게도 부담되는 상황.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진로를 둔 정몽규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4월 7일 1차 유상증자, 4월 30일 2차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에 나선다. 1차는 9990억원, 2차는 5788억원을 납부할 예정이다.

문제는 HD현산의 자체 재무여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 지연 시 당장 자금 사정이 급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도 차질을 빚게 된다. 건설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순수성이 오히려 양측에 독이 된 셈이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진=광주상공회의소)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진=광주상공회의소) 

◇ 득이 된 호반건설

반면 ‘변신’이 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간 ‘주택 한 우물’만 파왔던 호반은 건설을 넘어 그룹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퍼즐을 맞춰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수익형 부동산과 레저사업 같은 비주력사업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2013년 상업시설인 ‘아브뉴프랑 판교’, 2015년 ‘아브뉴프랑 광교’을 잇따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지난 몇 년간 미디어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호반은 2011년 광주·전남지역 민영방송인 광주방송(KBC)을 인수해 계열사로 두면서 이 분야에 진출했다. 지난해 6월에는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해 3대 주주가 됐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의 지분 인수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고, 호반건설 또한 서울신문 경영진과 우리사주조합장 등 고위관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서울신문 주주 갈등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신문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양해각서’ 체결로 중앙언론사와의 갈등요소를 일단 잠재웠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업체들은 다양한 사업 확장으로 새 먹거리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 회사에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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