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충격 VS ‘빅 블러’ 현상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서울 강남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20'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서울 강남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20’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카카오발 증권업 진출이 확정되면서 정보기술(IT)업체가 주도하는 금융 서비스 시대가 열렸다. 때문에 카카오뱅크가 은행권에 몰고 왔던 혁신 바람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나 토스(비바리퍼블리카) 같은 방대한 모바일 고객군을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도 금융업 진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기존 금융사들과의 디지털금융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본지는 심층기획을 통해 증권업 ‘성공 가능성’을 조명하고 IT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봤다. <편집자 주>

◇ 상반기 중 ‘네이버 통장’ 내놔

네이버는 3개월 전 금융산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분할해 네이버파이낸셜 회사를 만든 것. 회사 측은 테크핀 시장에서 본격적인 흐름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부터 8000억원의 투자자금을 받기도 했다. 이는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사상 최대 투자 규모로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핀테크 스타트 업에 투자된 총 금액인 5800억원을 크게 앞선다.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2017년 6월 상호 지분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이유 2년 넘게 혁신 금융 서비스를 함께 고민해왔다. 네이버파이낸셜을 중심으로 미래에셋의 금융 노하우와 네이버의 데이터가 결합되면, 기존 핀테크 업체나 금융회사를 뛰어넘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확보된 실탄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은 주식과 보험과 같은 금융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게 상반기 중에 나올 ‘네이버 통장’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30일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네이버 통장을 시작으로 신용카드 추천,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네이버 결제와 연결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금융업 진출을 암시했다. 

다만 네이버는 은행과 달리 계좌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금융사와 협업해 제휴 통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네이버 아이디 기반 인증서로 본인인증이 가능해지면 증권·보험 서비스에 빠른 침투가 가능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양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등 고(高)관여 서비스로 확장해 종합 자산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 CI. (사진=네이버)
네이버 CI. (사진=네이버)

◇ 금융업 진출에 가려진 그림자

그렇다면 검색 포털이나 플랫폼 사업자였던 네이버의 금융서비스 진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금융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업,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블러(blur)’는 사전적으로 흐릿해진다는 의미다. 

큰 금융사들에 동반되는 규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보니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가능했다는 시각도 있다. 누구나 잘 아는, 그리고 잘 쓰는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데이터,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면서 불편함을 느꼈던 고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업은 금융안정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섀도우뱅킹(그림자 은행) 등의 성행을 통해 시스템 리스크에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섀도우뱅킹이란 비은행금융회사가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비예금성 부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들이 과도한 신용 창출(대출 공급)을 하거나, 건전성 규제에 벗어나 고객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비은행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금융회사 매입약정, 신용파생상품, 보험상품 등의 사적 투자자보호장치는 예금보험 등 공적 보호장치에 비해 시스템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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