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의 장애인 직원들, 과연 안녕하십니까?

OK저축은행 역시 늘 장애인 채용에 인색한 기업으로 손꼽히곤 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노동시장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에게 보호작업장이 아닌 일반 기업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로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된 지 27년이 넘었지만 ‘유명무실’에 가깝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2.7%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는 대신 사실상의 ‘벌금’인 고용부담금을 내곤 한다. 이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매년 수백억 대의 벌금을 불사하기도 한다. 이에 장애인 고용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금융업계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 벌금이 속편하다는 OK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상시근로자는 2018년 12월 기준으로 1053명. 이중 의무로 채용해야 할 장애인 근로자는 30명이다. 그러나 회사 측이 채용한 인원은 6명에 불과했다. 전체직원 대비 0.57% 수치다. 이로 인해 한 달간 OK저축은행이 부담해야 할 장애인부담금은 3175만원으로 추산된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3억8000만원 가량이다.

그렇다면 회사가 막대한 벌금을 내면서 까지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우선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영업현장의 업무 강도가 높아 장애인 특화직무를 개발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일반 시중은행보다 매출 면에서 대면업무 비중이 높아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무를 개발하기가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이나 할 것 없이 요즘에는 가뜩이나 비대면 영업 활성화로 비장애인 직원도 일자리를 잃는 마당에 장애인 고용 비율을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항변도 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직원 중 70% 이상이 영업직인데, 서비스직 특성상 장애인 직원을 배치하기 쉽지 않다”며 “장애인 직원을 위한 시설이나 동선에 방해가 안 되는 공간 확보 등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서 의무 고용을 준수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노동계에서는 시중은행에 비해 저축은행 업계 일반에서 보여지는 보수적·폐쇄적인 분위기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은행권은 안 그래도 직종이 전문직 위주로 돼 있어 장애인 특화 직무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만약 은행 영업 창구에 장애인이 앉아 있으면 고객들이 비장애인 은행원보다 일처리가 늦어질 것을 우려해 피하거나 불편해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 (사진=OK저축은행)

◇ 보수적인 저축은행 내부 문화

재밌는 점은 저축은행 내부 분위기가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장애인 직원들의 직무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내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금융권 내에서 장애인 직원이나 고졸 직원에 대한 차별대우는 암암리에 당연시되고 있다”며 “굳이 장애인 직원 처우 면에서 특별할 것 없는 OK저축은행이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듯하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몇 명 뽑지도 않는 장애인 직원들을 무기계약으로 뽑았다”며 “임금 및 복지 측면에서의 차별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장애인들이 가까스로 저축은행에 입사한다고 해도 폭언 및 폭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과거 지방의 한 저축은행에서 콜센터 업무를 보는 장애인 직원들에게 행해진 폭언 및 폭행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장애인 직원들은 절박한 심정에 상사의 갑질을 제보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누가 고발하려 하겠는가”라며 “사회적 관심 속에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베일에 쌓인 저축은행 내부의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직원들의 경력개발도 문제다. 통상적으로 장애인 직원들은 고객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 콜센터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업무가 경력 및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단순 반복 업무에 불과하며, 이들의 업무가 향후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장애인에게 맞는 직무가 없는 게 사실이다”라며 “그럼에도 회사 직원들과 행원들은 이들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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