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으로 승부보겠다며 반려견 전용 브랜드 내놨지만 실적 먹구름
-분할돼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사료 사업 부문, 매각설도 흘러나와
-매출 20조 돌파한 CJ제일제당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대량으로 사료를 공급하던 CJ제일제당이 반려동물을 위한 펫푸드 브랜드를 내놨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진=CJ제일제당)
대량으로 사료를 공급하던 CJ제일제당이 반려동물을 위한 펫푸드 브랜드를 내놨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진=CJ제일제당)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았다. 고령화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통계를 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로 증가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도 2012년 9000억원에서 2015년 1조 8000억원으로 두 배나 증가했다. 2020년엔 5조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반려동물(pet)과 경제(economy)를 조합한 펫코노미(petconomy)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을 고객으로 공략한 식품사들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 국산제품의 신선함으로 승부 본다며 펫푸드 브랜드 내놨지만 결과는 낭패

모든 식품사들이 펫푸드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종합 식품 기업 CJ제일제당은 2013년 수입제품이 장악한 펫푸드 시장에 국내제품의 저력을 보이고자 ‘CJ 오 프레시’ 브랜드를 선보였다. 약 7년이 지난 현재 펫푸드 사업 부문은 회사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CJ제일제당은 1980년대 후반부터 사료 시장에 발을 담구고 있었다. B2B(기업간전자상거래) 형태의 유통 구조를 통해 대량 구매자에게 소, 돼지, 개 등이 먹는 사료를 공급했다. 2013년 펫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 CJ제일제당은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구조도 잡고자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 “국내에서 만들면 유통주기가 짧아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현재로선 펫푸드 관련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고 대외적으로 내세울 성과도 없다. 해외 제품이 점령한 펫푸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던 CJ제일제당의 포부가 무색해진 셈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CJ제일제당은 반려동물을 위한 유산균을 내놓는 등 펫푸드 시장 점유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2018년 ‘뿌려 먹는 강아지 유산균’인 ‘오네이처 하루케어’ 제품을 출시하며 체험단을 모집하는 마케팅 전략도 펼쳤다. 2017년 사료원료 개발 강화를 위해 세계 1위 농축대두단백 업체 셀렉타를 약 2200억원에 인수한 것에 이은 신제품 출시였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재무구조 악화로 지난해 사료사업부를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놨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회사는 공식적으로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업계에선 매각을 위해 분사 작업을 거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사료사업부는 2017년 30억원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 펫푸드 사업을 알리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생물자원사업부문이 분할돼 사료사업이 자회사 형태로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반려견을 위한 펫푸드 명절선물세트까지 구성하는 등 펫푸드 시장 점유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반려견을 위한 펫푸드 명절선물세트까지 구성하는 등 펫푸드 시장 점유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사진=CJ제일제당)

◇가정간편식 잘나가며 매출 20조 돌파했지만 펫푸드 부문은 아픈 손가락

CJ제일제당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펫푸드 시장에서 90%이상 차지하는 해외 제품의 노하우를 결국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내산 제품의 신선함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나섰지만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CJ제일제당의 입장에선 수익성이 없는 펫푸드 사업 부문을 털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전년 동기 18조 6000억원보다 19.7% 성장한 22조 3525억원을 기록했다. 가정간편식(HMR) 1위 기업답게 식품사업부문의 실적이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창사 이래 최초 연매출 20조원 돌파라는 경사를 맞았지만 생물자원사업부문을 담당하는 CJ피드&케어는 매출 1조 9932억원으로 집계되며 8%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 신임 대표로 내정된 강신호 총괄부사장은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겸임한다. 강 부사장은 CJ프레시웨이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맡아온 그는 ‘비비고’(한식 브랜드)의 세계 시장 진출과 HMR 사업을 총괄해왔다. CJ제일제당의 수장 강 부사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향후 이 회사는 HMR을 주력으로 내실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사료사업부문은 확장하고 있지 않지만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전체 사료 매출 비중에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25% 미만이다. 나머지는 동남아나 중국 등 해외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