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로 연명하는 SK건설?

SK건설이 살아나려면 결국 돌고돌아 내부거래를 확대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경쟁이 없는 곳엔 혁신이 없다. 시장경제 하에서 자명한 법칙이다. 그러나 이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 중 하나가 국내 건설 시장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내부거래로 혁신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기업들은 계열사로부터 수의 계약으로 일감을 받는 동시에 실적이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회복을 위해 내부거래를 늘려왔다. 공정위에서도 부당 내부거래를 잡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통찮은 구석이 많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내 건설업 경쟁력의 악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본지는 주요 건설사의 내부거래 비중 실태를 심층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 얽히고 설힌 SK 내부 실타래   

SK건설의 그룹사 내부거래 매출액은 2013년 32.9%, 2014년 36.6%, 2015년 32.3%로 꾸준하게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언뜻 들어서는 감이 잘 안 올 수 있지만 사실 대형 건설사 기준으로도 흔치 않은 수치다.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곳은 예나 지금이나 손에 꼽는다. 작년에도 SK건설은 태영건설, 한라건설, 삼성물산과 함께 내부거래 비중이 30%을 넘긴 건설사 네 곳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 

SK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 저조한 실적 탓이라는 평이 중론이다. 최근 수백 억 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62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하는 모양새였지만, 실제로 반등의 흐름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는 적은 편이다. 이에 SK그룹사의 든든한 지원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실제 SK건설은 이전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그룹 계열사 지원 등으로 2015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그 이후로 한동안 영업이익 2000억 원대를 유지할 적에는 이와 비례해 내부거래 비중아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2018년에도 SK건설의 매출 7조5121억원 중 2조4995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였다. 33.3%에 달하는 수치이며, 이 기간 내부거래 비중이 30%을 넘긴 대형 건설사는 SK건설이 유일했다. 전년도 31.3%보다 오히려 2.0%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2017년엔 매출 7조 3161억원 중 2조 2876억원이 내부거래에 속했다.

그 중 SK하이닉스가 SK건설에 가장 많은 일감을 줬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호조로 잘 나갈 때면 뒤에선 SK건설이 웃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공장 발주 프로젝트 등을 독식하며 잘 나갈 때는 1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이 SK하이닉스에게서만 발생했다. 그 밖에도 SK에너지나 SK이노베이션 등과의 내부거래에서도 약 4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분율 28.25%을 보유하고 있던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에 대한 지분을 전량 매각한 작년 6월 이후로도 이러한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 최태원 회장의 막강한 지배력 

당시 SK건설 지배구조를 보면 SK와 SK디스커버리 가운데 한쪽이 보유지분을 정리해야 했다. 양측이 모두 지주회사에 속했고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계열회사가 아닌 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결국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의 지분율 28.25%을 전량 매각했고, SK건설은 오롯이 최태원 회장 영향력 아래 편입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SK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이 향후 오히려 더욱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시 증권업계 관계자도 “신용도의 영향으로 봤을 때는 SK가 최대지분을 갖고 있고, 신평사들도 지분 주체를 SK그룹으로 보고 있다”며 “SK그룹의 계열 지원 가능성이 신용도에 반영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마침 최 회장의 SK건설 지분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부터 빗겨나기도 했다. 내부거래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그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를 두고 편법으로 규제를 벗어나려 한다는 ‘꼼수’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SK건설 관계자 측은 “차차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나갈 예정”이라며 “다른 활로를 모색 중이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SK건설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또 실적도 개선하려면 다른 곳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해외시장의 선전은 필수에 가깝다. 하지만 SK건설은 전통적으로 해외사업 부문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4년 66억5935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상황이 다소 개선되나 싶었지만 ‘라오스 댐’ 사건으로 악재가 찾아왔다.  

라오스에서 SK건설이 시공한 댐이 무너지며 마을 전체가 수몰된 모습. (사진=SBS)

◇ 끊임없이 나오는 주식 상장설

2018년 7월 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 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무너지면서 물 5억 톤이 한꺼번에 사남사이 하류 6개 마을을 덮쳤다. 완공 후 1년여 만에 벌어진 댐 붕괴사고로 라오스 정부와 SK건설 간의 진실공방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라오스 조사위원회는 자연재해가 아닌 부실시공에 따른 인재로 결론을 내렸지만 SK건설 측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SK건설의 라오스 댐 붕괴사고가 다소 찜찜하게 마무리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라오스 댐의 여파가 최근 해외수주 실적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풍부한 수행경험과 노하우에 앞서 신뢰가 중요하다”며 “발주처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SK건설의 지난해 해외수주실적이 바닥을 쳤다. 순위도 2018년 4위에서 2019년 장외로 밀려났다. 

SK건설로서는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때문에 내부거래로 부터 자유롭기 위해 상장 추진설이 끊이지 않았다. 상장을 실시하면 투자자들의 지분 매입이 이어질테고 그렇게 되면 총수 일가의 지분이 희석된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별 문제없이 포위망을 빗겨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재 상장도 쉽지 않은 상태다. 라오스 댐 후폭풍 및 실적 부진이 걸린다.

SK건설의 활로는 결국 ‘내부거래’에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후원 없이는 SK건설이 업계 10위를 사수하기 어렵다”라며 “건설 업황이 좋지 않고 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향후 실적도 장담 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