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대표 기업으로 SBI 저축은행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노동시장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에게 보호작업장이 아닌 일반 기업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로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된 지 27년이 넘었지만 ‘유명무실’에 가깝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2.7%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는 대신 사실상의 ‘벌금’인 고용부담금을 내곤 한다. 이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매년 수백억 대의 벌금을 불사하기도 한다. 이에 장애인 고용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금융업계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인 금융사들

금융계는 장애인이 근무하기 적당하지 않은 분야일까. 은행 등 금융업계가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은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우선 절대적인 채용 인원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 이유가 주로 거론된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은행권의 장애인 채용 기피’는 단연 화젯거리였다. 금융회사들은 장애인 고용 저조 명단에 포함되고 나서도 채용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저축은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라이벌인 OK저축은행도 의무고용인원이 28명이지만 5명만 채용해 고용률이 0.51%에 불과했다. 그러나 업계 1위 탈환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SBI저축은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작년 기준으로 겨우 1명에 그쳤다.

아무리 그래도 1명은 너무하지 않았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SBI저축은행 관계자 측은 “현재 기준으로 총 3명이 고용되어 있다”며 “국감 당시 보도된 자료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고용 시점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3명 역시 많은 숫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SBI저축은행의 근로자 수는 정규직만 따져도 500명이 넘는다. 그러나 3명이 무슨 일을 담당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은 알려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장애인 근로자가 회사에서 어떤 대접을 받으며 근무하나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었으나 사측은 답변을 거부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내부 관계자는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금융계 내 경영진의 입장에서 장애인 근로자 문제는 골칫거리”라며 “특히나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고 대면업무의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장애인 근로자들은 미운오리새끼처럼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물론 저축은행으로서도 할 말은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 중 70% 이상이 영업점 직원이다. 알다시피 영업점 업무는 대부분의 고객과의 대면 거래가 주인데, 장애인 직원이 응대할 경우 고객들로부터 항의 아닌 항의가 많이 들어오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부분은 은행 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장애인 고용에 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 금융권 관계자는 “오히려 금융권의 임금이 높은 만큼 채용보다 고용분담금을 내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고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이 ‘싸게 먹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진구 정진문 SBI저축은행 각자대표. (사진=SBI저축은행)

◇ 사회 환원에 인색한 SBI저축은행?

실제로 SBI저축은행이 1년에 부과하는 고용분담금은 2억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통상적으로 금융업계의 임금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럴 듯한 설명이다. 그러니 고용분담금 산정 기준이 너무 낮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애인 고용분담금이 너무 낮다는 비판은 정부에서도 잘 알고 있고, 대책을 고심 중이다”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업계의 장애인 고용 회피문제는 심각하다”며 “이러한 일은 CEO가 직접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며 SBI 저축은행을 포함한 저축은행 업계에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SBI저축은행의 잘못만은 아니다. 저축은행 업계 모두의 문제지만 그간 SBI가 유독 사회 환원이나 고용 문제에 인색하다는 이미지가 겹치며 체면을 구기는 모양새다. 

자산 규모 8조원대인 SBI저축은행 직원 수는 총 500명을 갓 넘기는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자산 규모 6조원대의 OK저축은행 직원 수는 1022명으로 자산 규모가 월등히 큰 SBI저축은행보다 고용을 두 배 가까이 많이 하고 있다. 

애초에 SBI저축은행이 타 은행 대비 고용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이미 채용된 장애인 직원들의 처우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홍보팀 관계자가 답변을 거부한 지점과도 상통한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장애인 직원들의 처지와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업무지시가 자주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며 “직장 내 장애인 차별 문제도 조만간은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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