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이후 공식적으로 모두 단종

블랙베리 휴대폰.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독특한 쿼티(QWERTY) 자판이 인상적이었던 휴대폰 제조업체 블랙베리가 끝내 단종된다. 중국 제조사의 인수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스마트폰 경쟁 체제에서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블랙베리 모바일은 공식 온라인 채널을 통해 “올해 8월 31일 TCL과 파트너십 계약을 종료한다”며 “블랙베리 스마트폰 제조와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기존 제품에 대한 소프트웨어 지원은 8월 31일까지 유지한다.

이에 따라 8월 이후 블랙베리 휴대폰은 공식적으로 모두 단종된다. 블랙베리 브랜드 명맥은 보안 소프트웨어를 통해 유지될 전망이다.

블랙베리는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이 만든 휴대폰 브랜드다. 문자 입력이 쉬운 쿼티 자판이 특징이다. 자체 메신저 기능과 보안, 업무 편의성 등 장점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인이 애용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에 국내에서도 ‘오바마 폰’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매니아가 애용하는 이미지로 이름을 알렸다. 

블랙베리 몰락은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시작됐다. 시장 판도가 대화면 터치스크린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쿼티 자판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했다. 이에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탑재한 다양한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방대한 앱 생태계가 구축되며 입지가 줄었다. 한 때 미국 휴대폰 시장 절반 가까이 차지했던 점유율은 0%대까지 떨어졌다. 쿼티 자판을 포기한 풀 스크린 스마트폰까지 만들었지만 폐쇄적인 OS 환경에 발목 잡혔다.

결국 2016년에는 휴대폰 하드웨어 사업에서 완전 철수, 중국 가전업체 TCL에 제품 개발과 마케팅·판매 등 모든 권한을 넘겼다. TCL은 이후 안드로이드OS와 쿼티 자판을 적용한 '블랙베리 키원' '블랙베리 모션' '블랙베리 키투' 등을 선보였으나 판세를 뒤집지 못했다. 국내에도 한글 자판을 탑재하고 정식 출시됐으나 소수 마니아 수요에 머물렀다.

결국 블랙베리 역시 ‘휴대폰 왕국’에서 한순간에 몰락한 노키아의 전철을 피하지 못했다. 시장 흐름을 잃지 못하고 과거 성공전략에 안주, 혁신으로부터 눈을 돌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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