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배달의민족도 혁신기업에 해당
-민간기업 의견 귀담아들어야 할 정부

김소영 교수 (사진=서미카엘)
김소영 교수. (사진=서미카엘)

[데일리비즈온 이은광·박종호 기자] 작년 말 IT업계를 후끈 달군 이슈 중 하나는 단연 ‘데이터3법’의 통과였다. 여럿 논란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데이터3법의 통과로 비로소 4차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신기술에 어울리는 정책도입이 비로소 4차산업의 완성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는 셈이다. 이에 <데일리비즈온>은 4차산업의 기술발전에 발맞춰 이를 뒷받침할 정책수립이 동시에 이루어져야한다고 강조하는 김소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소영 교수는 최근 학내에 개설된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의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 [인터뷰] 김소영 카이스트 교수 “타다금지는 곧 책임회피” (上) 에서 이어집니다.

Q. 요기요나 배민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이들은 혁신기업인가요?

혁신기업하면 뭔가 거창한 것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작건 크건 간에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바꾸면 그것이 혁신입니다. 이노베이션과 인벤션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노베이션에서 인이라는 것이 워낙 안이라는 뜻이죠. 안에서 무언가를 바꾸는 겁니다. 새롭다는 의미 역시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포함합니다. 기존에 이용하던 것이 불편하다면 그것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도 혁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조금밖에 바꾸지 못한다면 그건 또 개선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만.

요기요나 배민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혁신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배달 사고가 많이 나니 배민에서 배달 로봇을 개발하고 있더군요. 배달 환경이 로봇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재미있는 것은,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문구가 있잖아요. 배달업체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꾼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벅스 역시 커피를 만든 기업이 아니라 커피를 먹는 문화를 만든 기업이 아닙니까? 이제는 우리가 스벅에서 공부나 일도 합니다. 스벅이 그러한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거대한 기업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요기요나 배민의 거대한 기업 가치를 거품이라고 폄하만 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Q. 정부가 민간기업의 4차산업 활동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데?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해요. 흔히들 정부가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데 정말 정부가 아무것도 안 도와주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우리가 워낙 박정희 정부부터 선택과 집중에 굉장히 익숙했는데, 정부의 전략적인 개입이 필수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부터 기업들이 알아서 잘 치고나가니까 정부가 여기에 따라올 수 있냐는 이야기가 나오죠.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지원은 앞으로도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문제는 간섭으로 변하는 순간이 언제냐는 것이겠지요. 결국 스마트하지 않게 지원하면 그게 간섭이라는 것이죠. 세금낭비밖에 더 되겠어요.

정부가 바라보는 시야는 민간 부문과 비교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민간을 뒤에서 좀 더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만일 ‘이 분야는 아직까지 정부가 하는 연구개발이야’ 하면서 벽을 친다면 똑같은 형태라도 다르게 비칠 수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권고안으로 보아도 답답한 점이 많다고 하죠. 가장 큰 문제의식은 우리가 이제 정부와 민간이 협업하는 시대인데, 이제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못하는지 자기성찰이 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과거와는 입장이 반대가 되었으니까요. 송희경 의원도 가끔 센터에 방문하셔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정부라고 하면 보통 행정부를 말하지 않습니까. 본인 말씀으로도 입법부에서라도 먼저 시원하게 치고나갔으면 좋겠다는 식으로요.

Q. 최근 한 AI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어처리 논문수’와 관련 대학교, 대학원 수가 전무하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요.

2018년 기준으로는 그렇지요. 그러나 작년 상반기에 AI 대학원에 카이스트와 고대, 성대 등이 선정된 바 있어요. 하반기에도 포스텍과 지스텍 등 두 군데가 선정되었죠. 각 학교에서도 모두가 똑같은 AI를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분할해서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모양입니다. 과기부에서도 이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요.

기술수준조사의 맹점은 워낙 선도국과 선도기관과의 비교에서 시작됩니다. 아무래도 두 나라사이의 갭을 보게 되겠죠? 10개 분야에서 갭이 큰 분야가 있으면, 자연스레 우리가 그것을 하루빨리 쫓아가야 가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에요. 근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가령 갭이 적은 분야부터 따라잡는 것도 방법이에요. 추격형이 아니라 선도형으로도 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에 잘하는 분야에서 더 치고나가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도 들어요. 가령 AI를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클라우드 상에서 실제 AI를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데, 이것을 우리가 필요한 도메인에 적용하는 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김소영 교수 (사진=서미카엘)
김소영 교수 (사진=서미카엘)

한 30년 동안 카이스트에서 AI만 연구한 분이 있는데요, 본인이 이론적인 연구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산업 정부과제로 응용도 많이 했는데 결국 남는 것은 기초연구라고 하더라고요. 응용 분야야 계속 업데이트되지만 초창기부터 가졌던 근본적인 질문들, 기초적인 연구들은 지금 열어봐도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반면 그때 최신이라고 열심히 했다는 기술은 지금 와보니 정작 사장된 것이 많고요.

실제로 올해 CES에 한국인 엄청 갔다고 하지 않습니까? 8000명 정도 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다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오히려 중국인들은 많이 안 와서 현장에 가 보면 한국인들만 득시글거렸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주최 측에서는 매년 CES 행사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소로 중국인이 몇 명이 왔나를 계산한답니다. CES같은 행사에 열심히 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 연구생태계가 기초에 좀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하지 싶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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