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 1조 원 넘게 몰려
-가시밭길 속 한투 베트남 펀드...비전문가가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안정성 추구가 오히려 독이 된 케이스
-수익률 부진에 대한 해명도 석연치 않아

베트남 펀드에 투자한 내 돈,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각 증권사가 야심차게 밀고 있는 ‘베트남 펀드’들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베트남이야 워낙 뜨는 시장이니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 자체는 이상할 것 없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국내에 베트남 전문가는 무척 희귀하다. 그러니 이 참에 펀드들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베트남 펀드 23개(상장지수펀드 포함)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3.37%였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가 2.75%의 수익을 올린 데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베트남 증시가 연말께 주저앉은 결과다. 

업계는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하는 베트남 펀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특정펀드(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서다. 통상 운용금액이 이 정도 금액이 몰리는 펀드는 ‘공룡 펀드’라고 불린다. 애초에 한 펀드에 1조원이 모이는 일은 꽤나 드물다. 아울러 그 돈을 굴리는 것도 모으는 것 못지않게 어렵기 마련이다.

굴려야 하는 돈이 이 정도라면 대개 혼자서는 힘에 부친다. 그래서 대개 공룡 펀드의 경우 펀드매니저 두세 명이 붙어서 운용한다. 그러나 취재결과 베트남 펀드는 단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이 자산을 관리하고 있었다.

물론 1조원 종자돈으로 돈을 척척 불리는 ‘슈퍼맨’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그러한 베트남 전문가라면 이미 일반인에게 이름이 알려지고도 남았으리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한 컨설팅업체 대표는 “국내 베트남 전문가하면 사실 뻔하다”라며 “흔히 대형증권사의 베트남 펀드는 미국이나 중국 쪽 맡는 매니저가 서브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한투 역시 이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펀드매니저는 “한투 종목도 까봤는데 뻔하다”라며 “베트남 유명 대기업들 몇 개 모아놓은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저평가 우량주에 베팅할만한 전문가가 없으니 최대한 안정적이고 무난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 말대로 안정적이기만 하면 모든 리스크는 잠잠해진다. 그런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할 때 문제가 생긴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한투의 공룡펀드는 최근 3개월 간 마이너스 4.32%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느낌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투 측은 우리는 단순 판매사일 뿐이라며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거리감을 두는 모양새다. 한투를 믿고 투자하는 이들을 외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 한투 베트남 펀드, 무엇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주체격인 한국투자신탁운용 측의 입장은 어떨까. 이 회사 측 관계자는 “물론 수익률이 좋지 못하다”면서도 “그러나 상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낙폭이 큰 베트남 증시(VN30)에 비해 우리 펀드는 선방하고 있는 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요새 뜬다는 베트남으로 재미 좀 보려는 투자자들이 그러한 설명에 납득할리 없다. 오히려 약세장에서도 버는 사람은 버는 것이 주식 판이다. 이럴 때일수록 ‘베트남 전문가’의 존재가치가 빛난다는 주장에 이견은 적다.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1조가 넘는 베트남 펀드를 굴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에 대해 홍보팀 관계자는 “베트남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리서치 인력을 두고 있다”고 해명한다. 설명에 따르면 사무소의 인력 규모는 열댓 명 수준이다.

하지만 현지 사무소의 존재가 전문성에 대한 근거라면, 굳이 다른 증권사의 펀드를 두고 한투 펀드에 주목할 이유가 없다. 비슷한 베트남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아예 현지법인을 두고 약 240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투 홍보팀 관계자는 “달러 강세 탓에 외국인 매입세가 줄었고,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설명했으나 오히려 하나금융투자 등 경쟁서 연구원들은 “오히려 밸류에이션 부담 탓에 증시가 횡보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예 “베트남 증시의 경우 지난해 7%에 달했던 경제 성장과 크게 연동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비상장 글로벌 제조업체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구조도 은행주와 대기업인 빈그룹이 시총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외국인 지분 제한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 때문에 상승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펀드 종목 선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이야 베트남 성장세를 바라 베팅했겠지만, 펀드는 정작 성장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종목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한투의 공룡펀드 역시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귀결된다. 한 관계자 역시 “베트남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국내 증권가의 베트남 전문성에는 아무래도 회의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관계자는 이어 “베트남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는데, 한투의 베트남 펀드는 공룡펀드가 되었다고 자축만 하고 있을 것이냐”라고 일침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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