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모두 모유로 키워
자녀 낳을수록 더 건강해져
자녀 공연단 700회 자원봉사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백정현 – 김선경 부부는 7남매를 두었다. 1994년에 낳은 첫째 딸은 충남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고 2011년 태어난 막내둥이는 아직 새파란 초등학생이다. 두 사람은 18년 동안 임신과 출산의 아름다운 과정을 즐거운 마음으로 이어왔다.  

처음부터 7남매를 두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딸-아들-딸-아들을 낳은 뒤에 아빠는 정관수술을 했다. 자녀가 너무 많이 생기는데 대한 부담도 생기고 주변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남편에게 장인어른이 말했다. “결혼할 때 일곱을 낳겠다고 주례자와 약속하지 않았느냐?”

웃음으로 넘길 수도 있는 말이었다. 각서를 쓰고 한 약속도 아니었다. 그러나 백씨는 장인 어른의 말을 따라서 정관복원 수술을 하고, 그 뒤로 셋을 더 낳았다. 

7남매 가족 (사진=백정현)
7남매 가족 (사진=백정현)

사실 부부는 2명만 낳으려고 했다. 그런데 둘은 외롭지 않을까 해서 셋째를 낳았다. 처가의 공장일을 도우려고 합치면서 4째를 하나 더 낳았다. 

일곱을 낳는 비결은 단연코 남편의 지극한 아내사랑이다. 친정이 어려워졌을 때는 “사위도 자식 아니냐”면서 장인 어른이 하던 제조업 공장을 도와주기 위해 한전에 사표를 내고 나와 난생 처음인 건축용 석재가공 기계에 매달렸다. 

자녀라는 절대적인 재산을 많이 갖게 된 배경에는 지극한 양가 부모 모시기가 있다. 부부는 친청부모와는 2000년부터 같이 살았고, 시가부모와는 2004년부터 같이 살았다. 

자녀 일곱을 낳아 기르는 것은 인생의 새로운 경지에 오르는 일이다. 아내 김선경은 “자녀를 많이 출산할수록 내가 익어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무어라고 딱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한 두 명 낳아 기를 때의 마음가짐과 7명을 낳아 기를 때의 마음가짐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매우 다르다.

집에서 모인 가족들(사진=백정현)
집에서 모인 가족들(사진=백정현)

마음이 넓어졌다고 할까, 정체성이 달라졌다고 할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여러 자녀를 낳아 길러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인생의 경지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남편에게 다자녀는 든든한 재산이다. 그가 10년 넘게 피땀 흘린 석재가공 제조업이 문을 닫은 것은 중국과의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편이 뼈저리게 체감하는 것은 남들이 도저히 가질 수 없고 빼앗길 수 없는 그런 경쟁력의 필요성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낳은 자녀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 없고, 어느 누구도 쉽게 재현할 수 없는 그 가족만이 가진 아주 특이한 보화이다.  남편은 “우리 자녀들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경쟁력, 바로 사람이다”고 말했다. 

지극한 부부사랑으로 태어난 자녀들이 주는 선물은 또 있다. 아내는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정말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아내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7명을 출산한 모습이 아니다.

다른 자녀가 들으면 섭섭할지 모르지만, 웬일인지 늦게 나온 자녀일수록 더 단단하고 총명한 것 같다. 누나 형들의 장점과 지혜를 어려서부터 스폰지처럼 흡수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해외 여행중인 가족(사진=백정현)
해외 여행중인 가족(사진=백정현)

물론 7둥이와 부대끼면서 살다보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 저절로 길러지는 사회성의 장점도 탁월하다. 형제가 많다보면, 아이들은 저절로 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다 보니 저절로 다양한 능력도 갖춘다.

한 두 자녀를 가진 가정의 아이들과 7둥이 자녀들이 모인 곳에 예를 들어 뜨거운 군고구마를 갖다 놓으면 경쟁력이 금방 드러난다. 다른 아이는 식기까지 기다린다. 7둥이들은 휴지에 싸서라도 자기 앞으로 가져다놓는 것이다. 

일곱 명을 키우다 보니 부모가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을 느낀다. 아이를 하나만 키울 때는 느끼지 못한 감정, 첫 아이를 낳고는 책을 보면서 이론이나 지식으로 키우려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슴으로 키우는 것을 체득했다. 자녀가 생겨도 마음속 부담이 사라지고 정리된다. 그렇지만 한가지 원칙은 꼭 지켰다. 일곱명 모두 다 6개월에서 2년씩 모유수유로 키운 것이다. 

큰 아이들을 키우면서 했던 시행착오는 눈꼽을 잡게도 한다. 우유 먹고 체하면, 소젓 먹고 체했다고 지푸라기를 구해서 달여 먹인 적도 있다. 

남자 아이들이 건강하고 건전하게 자라게 하려면, 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남편은 몇 년 째 아들 4명을 데리고 복싱장에 함께 간다.  

백정현-김선경 부부(사진=백정현)
백정현-김선경 부부(사진=백정현)

7둥이를 키우다보니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지혜를 저절로 절절히 깨우친다. 한 두 명 키운 부모를 만나면 그런 점을 더욱 깊이 깨닫는다. 인간에게는 인성이 가장 중요한데, 이 인성이라는 것이 학교 프로그램이나 한학마을에서 배워서 되는 일이 아니다. 가정에서 서서히 젖어 들어가는 것이 바로 인성이다. 자녀가 많아야 좋은 인성이 길러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아내는 “가정을 아름답고 행복하고 편안하게 만들려면 자녀가 있어야 하고, 부모는 자녀를 키워야하고, 자녀들은 행복을 많이 받고 자라는 것이 해답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4명을 한꺼번에 데리고 공설운동장에 가서 공을 차고, 저녁때는 복싱장에 간다. 사실 남편은 제조업 공장을 경영하면서 인생을 따로 배웠다. 거친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수 없이 속아 보고,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을 체험했다. 그래도 장인 어른의 교훈을 담고 담아서 참고 또 참고 끝까지 참았다.

그러면서도 일곱자녀로 연주단을 만들어 전국을 돌면서 봉사활동에 나섰다. 무료봉사 횟수만 약 700회나 된다. 20대 중반에서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일곱빛깔 무지개’ 공연단은 정신요양원, 대학, 채플 등에 가서 키보드도 연주하고 기타도 치거나 드럼을 두드리고 첼로를 켰다. 

텔리비전 방송 출연후 (사진=백정현)
'노래가 좋아' 텔리비전 프로그램 방송 출연후 (사진=백정현)

2011년 일곱째 막내가 태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 심각성이 부각됐다. 일곱빛깔무지개의 이름도 저절로 뜨기 시작했다. 방송국에 처음 출연한 이후 칠남매 연주단은 SBS 스타킹 우승, KBS 노래가 좋아 4연승 및 왕중왕전 출연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출산장려 노래도 취입했다.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너무 오랫동안 산아제한정책을 펴다보니,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에서부터 ‘삼천리는 초만원’ ‘둘도 많다’는 이상한 표어가 전국인의 뇌리에 박혔다. 

자녀를 너댓명을 낳을때만 해도 주위에서는 ‘짐승이냐’고 흉보던 사람도 요즘은 7둥이를 보면 애국자, 너무 잘했다, 좋겠다는 격려를 받을 만큼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만큼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조성됐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현상유지에 필요한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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