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연구진, 이산화탄소 먹고 탄산칼슘 뱉는 미생물 활용한 콘크리트 개발
- 콘크리트 구조물 완성 후에도 미생물 생존 확인…”자가 복구·증식도 가능”
- 사막·군사시설 등 극한 환경에서도 활용 전망

미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진이 개발한 ‘살아있는 콘크리트’로 만든 다리 모형 (사진=콜로라도 볼더대)
미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진이 개발한 ‘살아있는 콘크리트’로 만든 다리 모형 (사진=콜로라도 볼더대)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살아있는 박테리아가 콘크리트를 만든다. 원하는 모향을 갖춘 틀과 적합한 환경만 갖춰진다면 몇 시간 안에 단단한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이 구조물을 반으로 잘라 다시 배양 환경을 갖춰주면 각각의 조각들이 자라나 또다시 온전한 구조물이 자라난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진이 개발한 ‘살아있는 콘크리트’의 이야기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윌 스루바(Wil Sruba)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15일 재료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살아있는 콘크리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 친화적 특성에 경제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시네코코커스(Synechococcus) 속의 해양 박테리아인 시아노박테리아의 한 종류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일종의 광합성 과정을 거치는 시아노박테리아는 햇빛, 영양소,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인 후 단단한 화합물인 탄산칼슘을 뱉어낸다. 조개껍질이나 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유사하다.

살아있는 콘크리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인공 바닷물과 기타 영양소를 담은 배양기에 시아노박테리아를 배양해 30도 가량의 고온을 유지한 후에 이를 젤라틴 및 모래와 함께 섞는다. 이후 원하는 모형 틀에 혼합물을 넣으면 온도가 내려가면서 박테리아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의 끈적한 액채 상태가 만들어지고 박테리아가 증식하면서 탄산칼슘을 배출해 단단한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살아있는 콘크리트’ 제조 방법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박테리아를 활용한 친환경성 때문이다. 앞서 살핀대로 박테리아는 증식을 위해 햇빛과 영양소,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필요로한다. 광합성 작용을 통해 탄산칼슘을 만들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시멘트 제조 과정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와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시멘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화석 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멘트를 만듦으로써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7%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와 달리 살아있는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단단한 구조물을 만들어내니,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혁신적 변화인 셈이다.

시아노박테리아와 모래, 젤라틴이 포함된 물질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드는 모습 (사진=콜로라도 볼더대)
시아노박테리아와 모래, 젤라틴이 포함된 물질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드는 모습 (사진=콜로라도 볼더대)

한편, 살아있는 콘크리트는 ‘증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사실 박테리아를 활용한 콘크리트는 이미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일부 시멘트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충격으로 인해 생긴 균열을 일부 자가 복구할 수 있는 시멘트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살아있는 콘크리트는 ‘복구’를 넘어서 ‘복제’ 혹은 ‘증식’이 가능하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구조물이 만들어진 후 미생물의 생존율이다. ‘살아있는 콘크리트’의 경우 구조물이 단단히 굳은 뒤 30일이 지난 시점에 미생물의 9~14%가 생존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러나 기존의 자가 복구 시멘트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미생물의 생존율은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미 하나의 구조물로 완성된 콘크리트라고 하더라도 이를 반으로 나누어 배양 환경을 만들어주면 새로운 구조물을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스루바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한 개의 구조물로 8개의 새로운 구조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루바 교수는 이어 “자원 활용이 크게 제한되는 극한 환경에서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라며 “햇빛과 이산화탄소, 약간의 물과 영양소가 있다면 어느 곳에서나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콘크리트가 군사 지역이나 사막과 같이 자원 확보가 어려운 곳이나, 나아가서는 우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해당 연구는 미 국방성 산하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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