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주받은 음식은 무조건 다 먹어야
-애초에 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뚱뚱한’ 국가

태국 불교승려의 절반은 비만에 속한다. (사진=페이스북)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태국의 불교 승려들은 대단히 엄격한 삶을 산다. 그들의 식습관은 신자들에게서 나오는 보시(布施)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들은 매일 아침 주황색 예복을 단정히 갖춰 입고 점심거리를 찾아 사원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주민들에게 ‘무엇을 달라’,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이에 신자들은 눈치껏 승려들에게 풍족한 식사나 달달한 간식을 나누어준다. 시주받은 음식을 남기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의도치 않게 과식하는 경우도 흔할뿐더러, 스님들은 종종 단식기간에도 주스를 먹는다.

불완전한 식습관은 승려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비만이나 당뇨가 그렇다. 이제 태국을 둘러보았을 때 배가 남산 만하게 나온 승려들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태국 국가보건위원회는 태국의 약 35만 명의 승려 중 약 절반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보건위는 2년 전 ‘건강 헌장’을 도입해 승려들에게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에 대해 권한다. ‘헬스’등의 과격한 운동은 불교계에서 크게 권하지 않는다. 대신 사찰 외곽의 청소나 산책 등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보건부 공무원 역시 종종 승려들을 찾아 건강 상담을 제공한다.

외부 대학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다. 학계에서도 콜레스테롤 수치와 당뇨병, 그리고 다른 질병과의 상관관계는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다. 승려들은 엄격한 삶을 살고 있으며 행동패턴이 일정하기에 사회학을 연구하는 모델로서 적합하다는 뜻이다. 철랄롱코른 대학에서는 아예 승려들의 배가 얼마나 나왔는지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벨트를 개발했다. 병원 식당에서는 승려들을 위한 요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미밥과 채소가 주가 된 건강 식단이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있다. 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뚱뚱한’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싱크탱크인 아시아개발은행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태국 남성의 33%, 여성의 43%가 비만에 속한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는 나라가 부유해짐에 따라, ‘선진국병’인 비만과 당뇨가 확산되었다고 진단한다. 태국인들이 선호하는 식단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이 기름기 많고,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자극적인 음식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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