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높으면 최저임금-자살률 깊은 연관성
공장 폐쇄하면 마약진통제 복용 크게 늘기도
미국 에모리 대학 연구팀 발표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경제와 인간의 행복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분야가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최저임금과 건강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30개 연구 중 대부분이 최근 5년 사이에 나왔다. 

미국 에모리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인 존 카우프만(John Kaufman)은 최근 역학 및 지역사회건강(Journal of Epidemiology & Community Health) 저널에 최저임금과 자살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카우프칸은 최저임금이 1달러 오르면 고등학교 이하 교육을 받은 사람사이에서 자살률이 3.5%에서 6% 하락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다. 26년 동안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번 연구는 최저임금 인상이 특히 높은 실업률 기간 동안 효과가 가장 강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미국에는 예방 가능한 자살 사망자가 4만7천명 이상이었고, 18~24세 사망자 중 자살자가 5명 중 거의 1명(19%)에 달했다. 1999년에서 2017년 사이에 미국 절반의 주에서 자살률이 30% 이상 증가했다.

최저임금과 자살률 사이에 연관성이 발견된다. (사진=픽사베이)
최저임금과 자살률 사이에 연관성이 발견된다. (사진=픽사베이)

자살 위험은 종종 금융 스트레스 요인과 관련이 있지만 최저 임금 정책과 같은 경제적인 개입이 자살률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서는 덜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매달 미국의 5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18~64세 사이 사람들이 받은 시간당 임금과 실업률 및 자살률의 차이를 조사했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을 정해 놓았으나, 각 주별로 상황에 맞게 조정한다. 연방 최저임금은 7달러 25센트인데, 많은 주들은 이 보다 더 높게 책정했다.

1990년과 2015년 사이에 미국 전역에서 주 최저임금이 478차례나 변경되었다. 주별로 최저임금의 차이는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연간 2,200달러였다.

1990년에는 36개 주가 연방 최저임금과 동일한 수준이었으나, 2015년에는 21개 주로 떨어졌다. 1990~2015년 사이 고졸 이하 학력자 중 39만9206명이 자살한데 비해, 대학 졸업 이상 학력자중에서는 14만176명이 자살했다.

연구진은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18~64세 이하 연령층에서 최저임금이 1달러 오를 때마다 자살률이 3.5~6% 줄었다고 추정했다. 대학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런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 

실업률이 6.5% 이상 높았을 때는, 최저임금이 높아질수록 자살률이 낮아지는 연관성이 드러났다. 반면에 실업률이 낮을 때, 최저임금의 연관성은 줄어들었다.

이 추정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2009년 금융 붕괴 이후 실업률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최저 임금을 1달러 올렸더라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18~64세 사람들 사이에서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에 13,800명의 자살이 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계산했다. 연구팀은 최저임금 2달러 인상이 25,900명의 자살을 막을 수 있었다고 계산했다.

수학적 모델을 통한 계산에서 연구팀은 26년 동안 최저 임금의 1달러 인상이 노동자 그룹에서 27,550명의 자살을 막을 수 있었고, 2달러 인상이 57,350명의 자살을 막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결과는 관찰 연구여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낮은 임금으로 일하면서,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받는 위험이 높은 덜 교육 받은 사람들의 생계를 개선하는 정책이 자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임금과 건강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픽사베이)
임금과 건강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픽사베이)

동시에 이번 연구는 실업률이 높았을 때 최저 임금 상승이 가져오는 잠재적인 보호 효과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하버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알렉산더 차이(Alexander Tsai) 정신의학과 교수는 “이 논문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자살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로서는 1년 사이에 나온 3번째 연구”라고  말했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소는 2019년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저임금과 근로소득세 공제를 각각 10%씩 인상하면 매년 1,230명이 자살로 사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차이 교수는 이번 연구의 새로운 점은 실업률이 높을 때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자살률을 더 낮춘다는 사실이라고 차이 교수는 말한다.

차이 교수는 어떤 지역에서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은 지 5년이 지나면,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량이 85%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JAMA 내과’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전역의 많은 지역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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