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시장 잠식한 중국...미국은 질세라 중국산 반입금지
-전문가들 “전통적인 안보관념이 드론의 존재로 흔들리고 있어”
-일본도 새로운 드론 개발 지원책 도입

(중국 무인 군용 드론 CH-4)
중국 무인 군용 드론 CH-4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중국의 주요 항공 프로그램 협력사의 계열사인 에어로스페이스 CH UAV가 매년 해외 고객들을 상대로 200대의 중대형 군용 드론 납품을 목표로 국내 공장서 대량 생산에 착수했다. 중국이 드론 시장을 잠식해나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일본과 미국의 대응이 화제가 되고 있다. 

회사 측은 첫 양산형 제품인 레인보우 CH-4 드론에 대한 시험 운영을 끝냈고, 조만간 정부 유관기관들에 납품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에어로스페이스 CH UAV는 중국항천과기집단유한공사 산하 아카데미가 운영 중인 회사로써, 지난 10월 말, 해당 회사는 국가기초지리센터(NGCC)와 맺은 1억 5700만 위안(약 26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저장성 타이저우(Taizhou) 공장에서 최초의 CH-4 조립을 완료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의 무기 판매를 옹호하던 사람들은 무장 드론에 대한 미국의 엄격한 수출 제한에 대해 불만을 품어왔다. 중국이 이 틈을 이용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무장 드론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요르단은 본래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가 있는 방위산업체인 제네럴 아토믹스 아에로노티컬 시스템이 만든 드론을 구매 요청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곧바로 중국이 요르단과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말 던컨 헌터 공화당 의원은 이 사건을 두고 “중국이 기회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무장 드론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만 미국의 무장 드론인 MQ-9 리퍼를 구매했다. 반면 요르단을 포함한 미국의 우방국들은 CH-4 같은 중국 드론들을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뒤늦게나마 무장 드론 시장 탈환을 위해서 애쓰고 있다. 민감한 데이터를 중국 정부와 공유하는 중국 기술 기업과 관련된 보안 우려가 커지자 미국 국방부는 최근 중국 드론 제조사인 DJI가 만든 드론 사용을 금지했으며, 12일 내무부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중국제 드론과 중국제 부품의 군사적 목적의 사용을 영구적으로 금지했다. 미 내무부 산하 정부기관들은 산불 진압, 자원 모니터링, 지도 제작 등의 업무에 드론을 이용해 왔다.

일부 산하 기관들은 중국산 드론을 사용하지 않으면 유인 항공기를 띄워야 하고 그러면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내무부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내무부는 산불 등 비상시를 제외하곤 중국산 드론의 사용을 중지하기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말했듯, 2017년 미 육군은 안보상 이유를 들어 중국 기업 DJI가 생산한 드론 사용을 중지한 바 있다. 미 의회는 연방 정부가 중국산 드론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남용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DJI 측은 "DJI의 드론은 업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며 "원산지가 중국이라서 DJI 제품을 제한하겠다는 미국 정부 방침은 신뢰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드론 개발 지원책 도입 방침을 내놓았다. 13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차세대 소형 무인기인 드론 개발에 대해 새로운 지원책을 도입할 방침을 굳혔다. 드론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한 가운데, 안보상 우려가 있는 중국 기업보다는 자국 기업을 육성해 국산 드론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일본 정부는 새로운 지원책으로 국가가 인정한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계 금융 기관에서 저금리 융자, 개발 자금 보조금, 세제 우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드론 개발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촬영한 영상 등 데이터가 유출될 우려가 없도록 드론 해킹 방지 보안 대책을 기업에 요구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열리는 정기 국회에서 새로운 드론 지원책을 담은 법안을 제출할 생각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드론 개발에 나선 벤처 기업이 있으나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도 좋은 중국 제품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중국 업체들은 전 세계 드론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구매 의사가 있는 누구에게나 드론을 판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성능에서도 중국 드론이 규제에 묶여있는 미국 드론에 비해 뚜렷한 이점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국의 무장 드론 판매 제한 조치로 시장에 생긴 ‘틈’을 포착한 것 같다고 주장한다. 낮은 가격, 판매의 자유, 우월한 성능 등 모든 면이 앞서 있는 중국의 드론 업체를 상대로, 미국과 일본의 견제가 어디까지 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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