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의 장점과 단점 모두 닮아가

동유럽 국가들의 대부분은 소련의 몰락 이후 대개 상당한 경제발전에 성공함으로써 공산주의의 그림자를 상당 부분 지우는 데 성공했다. (사진=Open Democracy)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소련의 붕괴 이후 동유럽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빠르게 잊혀졌다.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아름다운 도시 몇 곳이 우리의 눈길을 잡아끌지만 단지 그 뿐. 그럼에도 동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에게 지난 30년은 그야말로 발전의 시기였다.

동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주민들의 생활수준은 지난 30년간 크게 향상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그 점을 알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폴란드인의 81%, 체코인의 78%, 헝가리인의 55%가 지난 30년간의 발전에 만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불가리아 측에서는 불만족도가 높았다.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냐고 묻는 질문에 오직 32%만이 동의했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전 지역에 걸쳐 고르게 나타나기는 워낙 대단히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동유럽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는 전 세계에서 노동자가 모여드는 산업 단지와 기술 클러스터, 서비스 센터가 붐을 이루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다당제 시스템과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유럽연합(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가입에 목을 메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EU 가입으로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하고 일할 수 있으며, 수백만의 젊은이들이 동과 서를 오고 갔다. 

하지만 남겨진 이들의 생각은 또 다른 모양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에 있는 헝가리의 주유소에서 일하는 25세의 아니코 다카스는 한 달에 500유로(약 75만원)를 번다. 오스트리아에서 같은 일을 하는 그녀의 여동생은 1500유로를 번다. 거기에다 출산율이 낮고 이민이 발생하지 않는 국가들은 급격한 인구 감소에 직면해 있다.

아직도 동유럽에서의 인력 유출은 심각한 문제로 간주된다. 아무래도 서유럽의 임금수준이 더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회안전망을 보장한다. 너무나도 많은 동유럽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민을 떠난 나머지, 본국의 의료 서비스가 약화되었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실망과 좌절은 워낙 주변인들과의 비교에서 비롯된다. 서유럽에서 그러한 것과 같이 동유럽 역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냉대가 심각하다. 슬로바키아에서는 63%의 응답자가 선출직 공무원이 일반 국민의 입장과 정서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헝가리와 불가리아의 경우 이 수치는 71%까지 올라간다. 프랑스와 영국의 수치는 각각 76%와 70%다.

동유럽 제조업에 부는 변화의 바람. (사진=픽사베이)
헝가리의 한 노동자.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현상의 결과는 언제고 민족주의, 포퓰리즘, 그리고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등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정서가 서유럽에 대한 혐오로 발전한다. 1989년 헝가리에서 반공운동가로 활동했던 즈즈사나 스젤렌니는 실제로 폴란드의 지난 30년이 실망스럽다고 말한다. 사회주의는 몰락했지만 사회 분위기는 아직도 사회주의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그도 지난 30년간 폴란드 일대에서 기대수명은 물론이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크게 개선된 점에는 만족을 표했다.

포퓰리즘의 중심에는 옛 공산주의 시절 관리들이 있다. 스스로를 민족주의자로 재조명한 공산당 관리들과 보안관들은 권력을 유지하고, 민영화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다. 대표적인 이가 1989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의 초대 대통령인 바츨라프 하벨이었다. 그는 극작가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현재 체코의 수상 역시 체코 내에서 손에 꼽는 갑부이자 전직 정보기관 협력자였던 안드레 바비스다.

옛 공산주의자들의 성공이 한계에 봉착하자, 그 자리는 발 빠르게 포퓰리스트들이 메웠다. 폴란드 집권당의 강성 지지자들은 애초에 1989년의 체제 전환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과거 반공운동가 출신이었던 콘스탄티 게버트는 “1989년 지도층들은 공산주의자들과 권력 유지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며 “폴란드는 지난 2015년 진정한 애국자가 투표로 당선되면서 진정한 독립을 이루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들이 30년간 누리고 있는 경제적 번영은 공산주의 이후의 민주 정부들이 이뤄낸 결과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사진=연합뉴스)

헝가리에서는 ‘혁명적인 민족주의자’로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이 정권을 획득했다. 그는 반서방적 언사를 거침없이 구사함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는 애초에 자유주의에 회의적이기에 많은 이들은 그의 리더십에 비판적이다. 서방 엘리트를 비판하며 그가 취하고 있는 레토릭이나 강령은 결국 그들의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코노미스트도 “빅토르 오르반은 결국 동유럽인들을 시골뜨기로 비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공산주의의 종말은 해방이었지만 헝가리는 또한 민족주의적 가치와 기독교적 가치들의 부활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인권과 관용에 대한 자유주의적 관념을 거부한다.

실제로 동유럽은 서유럽보다 훨씬 ‘덜’ 자유롭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관용은 아직도 찾아보기 힘들다. 동성애자의 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2002년 이후로 감소하고 있다. 공산주의의 종말은 결국 소수자들에 대한 적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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