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관계자들 “핵심은 곧 가장 먼저 희생될 수 있다는 뜻”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현대차그룹이 2020년을 맞아 지배구조 개편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정의선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머지 않았다는 해석이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정의선 체제를 위한 ‘감탄고토’(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로 쓰이고 버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정의선 부회장의 자금 확보 창구로 꼽힌다. 2018년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안이 무산된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을 단독으로 상장하거나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비상장 자회사)과 합병으로 우회상장해 정 수석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의 ‘재무 전문가’ 도신규 전무가 지난해 11월 현대엔지니어링 재무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업계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우회상장에 좀 더 주목하는 모양새다. 건설사 기업공개는 건설업황등 외부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올해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세계적 경기 침체 등으로 업황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상대적으로 내부거래에 집중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 구조를 보아도 단독으로는 매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총 차이도 크지 않아 정의선 부회장의 파이가 큰 현대엔지니어링의 비중을 높게 잡아도 크게 무리는 없다. 최양호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에 따르면 이 같은 합병방식은 지배구조 비용을 낮추는 장점도 있다. 물론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본격화될 경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 시점이 반드시 2020년일 필요는 없지만, 머지않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과거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했을 때에도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이 ​권고사직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울러 “그럼에도 노조가 없어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진=현대엔지니어링)

◆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직원들에게는 악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우회)상장이 직원들에게 좋은 일이라는 보장이 없는 이유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실적과 기술력 면에서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으나, 아무래도 주력 사업분야가 겹치는 만큼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의선 친정체제’를 위한 장깃말로 현대엔지니어링의 근로자들이 쓰이고 버려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 성향은 매년 20%대를 넘었다. 재작년에는 30%를 돌파했다. 10%대인 기타 계열사에 비해 압도적이다. 정의선 부회장의 실탄 마련을 위한 초석으로 풀이된다. 워낙 주식회사야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존재라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일반적인 경우와는 또 거리가 멀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자사를 아닌 개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한 관계자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의 임직원들은 아마 올해 초부터 들려오는 상장소식에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현대차 관계자들 역시 “개혁이나 개편에는 희생이 따른다”며 “보통 개편의 중심에 선 이들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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