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현실로…정치인들 각성 계기로 삼아야

호주 화재로부터 구출된 야생동물들. (사진=AFP)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호주산불의 피해규모가 상상초월이다. 6개 주에 걸쳐 730만 헥타르가 산불피해를 입었다. 불가리아와 거의 같은 면적이다. 최소 26명이 숨졌으며 5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들이 산 채로 불에 타거나 참화에 질식해 죽었다. 

호주 사회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호주는 그래도 산불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있는 국가 중 하나였다. 스스로들도 그렇게 자부했다. 그러나 호주 산불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중 하나는 요즈음 자연재해는 예전과 같은 준비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왜냐면 환경이 변했다. 전 세계적으로 화재 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번 화재만 해도 연기가 남태평양을 건너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도달했다. 그 밖에도 미국의 서부해안, 지중해, 남아프리카, 중앙아시아의 스와트가 특히 위험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2018년 캘리포니아에서는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80명 이상이 사망하고 LA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의 사고가 있었다. 더 이전 그리스에서는 100명 이상이 산불로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물론 산불은 특정 지역에서 심각한 문제다. 일부 지역에서는 발발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가 점점 더 뜨거워지면서 또 건조해지고 있다. 실제로 작년 호주의 평균 기온은 1910년 기록관측상 가장 높았다. 한편 강우량은 장기 평균보다 40% 낮았고 19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최근 10년 간의 데이터는 호주의 가뭄과 산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음을 드러냈다.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교훈은 기존의 산불예측, 대책방안이 이번 산불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호주의 화재대책방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으나 이번 산불은 모든 시스템을 압도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니 관심은 이제 어떻게 화재를 막을 것인가로 쏠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화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건축자재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주거지 제한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문제다. 캘리포니아의 보험회사들은 최근 화재로 24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투자자들이 위험한 곳에 집을 짓기를 꺼리면서 이러한 위험들을 일괄 처리하고 재처리하는 비용이 치솟고 있다.

호주 화재지역 현황 (사진=MYFIREWATCH.LANDGATE.WA.GOV.AU)

정치권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후변화에 여태 무관심했던 그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실제로 호주의 정치인들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오랫동안 경시해 왔다. 호주 수출의 약 70%가 천연 자원, 특히 중국으로 운송된 석탄과 철광석 때문이다.

현직 총리인 스콧 모리슨의 정치적 기반 역시 석탄산업의 본고장인 퀸즐랜드 주다. 그리고 그 역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에 힘입어 지난해 총리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는 공교롭게도 화재에 대한 무신경한 대응으로 현재 전국민적인 비난을 얻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호주인의 61%는 기후 변화가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번 화재를 기점으로 이 수치는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정치인은 호주를 비롯한 ‘자연재해 취약국가’에서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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