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모터쇼’ 별칭 CES, 올해도 모빌리티 솔루션 다수 제시
-전시관에 현대차는 車 빼고 삼성·LG는 車 넣고
-현대차 부스 단일 방문 관람 인원 기록 연일 갱신…PAV 관심 쏠려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가 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가 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CES에 참여하는 완성차 기업들은 물론, 다른 전자 기업들도 미래 산업의 컨셉에 맞는 다양한 모빌리티의 미래상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만큼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들이 제시됐다. 

◆ 완성차 기업의 변신, ‘혁신’ 보여준다

CES의 모빌리티 전시는 크게 두가지 축으로 나눠 구분할 수 있었다. 하나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업계의 경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를 잘 만든다’는 사실은 CES를 찾는 관람객들에게는 결코 혁신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에 기업의 미래 산업 전략을 고스란히 반영한 다양한 전시가 이뤄졌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전략을 가장 잘 실현한 기업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전시관에서 자동차를 빼버리는 과감한 전략을 펼쳤다. 현대자동차의 전시관 한가운데에는 실물 크기의 거대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모델 ‘S-A1’이 자리했다. 또 컨셉 모델을 바닥으로부터 2m 이상 띄워 설치한 후 프로펠러를 회전시켜 실제 비행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CES 2020 현대자동차 전시관에서 취재를 진행하는 외신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CES 2020 현대자동차 전시관에서 취재를 진행하는 외신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의 200평 규모 부스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거대한 PAV 컨셉트 모델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자리한 컨벤션센터 노스홀 전체에서 현대자동차 부스는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현대자동차의 전략이 통했던걸까, 현대자동차의 CES 부스에는 첫날에만 관람객 4만4000여명이 찾으며 2009년 현대자동차의 첫 CES 참가 이래로 하루 기준 가장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튿날인 8일에는 4만5500명이 전시관을 찾은 것으로 집계돼 최다 방문객 기록이 하루만에 다시 갱신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

PBV 콘셉트 디자인에 참여한 박재섭 현대차 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동수단을 허브와의 결합을 통해 생태계를 구성한 것이 다른 브랜드의 미래 비전과 차별화된 점”이라고 설명했다.

헬리콥터 제조업체인 벨(BELL)도 전략적 변화를 꾀했다. 벨의 전시관은 완성차 업체들의 전시가 이뤄지는 곳에 자리했다. 벨은 전시관에 우버의 에어택시용 항공기 넥서스 4E를 전시해 이목을 끌었다. BMW도 전시관 내부가 아닌 외부에 부스를 마련해 관람객들이 직접 컨셉트 모델에 탑승해볼 수 있도록 했다.

◆ 모빌리티 산업 틈새 노리는 전자기업

또 한가지 특징적인 사실은 기존 전자기업들이 제시한 모빌리티 솔루션들이었다.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기술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전자기업들이 직접 전시에 나선 것이다.

CES2020의 삼성전자 부스 내에 설치된 디지털 콕핏 2020를 체험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CES2020의 삼성전자 부스 내에 설치된 디지털 콕핏 2020를 체험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그러한 흐름 속에 있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전장기업 하만과의 공동 개발로 탄생한 5G 기반의 `디지털 콕핏 2020`을 선보였다. 디지털 콕핏은 자율주행 등 운전 환경의 변화로 인해 차량이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변모함에 따라 5G를 기반으로 차량 내부와 주변을 연결해 운전자·탑승자·보행자가 더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솔루션이다.

삼성전자는 ‘모빌리티 존’을 별도로 구성해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관을 꾸몄다. 휴대폰을 무선 연결해 차량 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휴대폰에서 하던 작업을 이어나가거나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와 소통할 수 있게끔 했다.

CES 2020 LG전자 부스에 설치된 '커넥티드카'를 살펴보는 관람객들의 모습
CES 2020 LG전자 부스에 설치된 '커넥티드카'를 살펴보는 관람객들의 모습

LG전자도 전시관 내에 별도로 ‘커넥티드카 존’을 마련해 미래 사회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안했다. 커넥티드카 존에 설치된 미래형 자율주행차에는 LG전자의 소형 의류관리기와 냉장고 등을 비롯해 다양한 가전 제품들이 함께 설치됐다.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 ‘씽큐’와의 접목또한 이뤄졌다.

국내 기업 외에 주목을 받은 전자기업은 소니였다. 소니는 자율주행자동차 ‘비전 S 컨셉트’ 모델을 전시했다. 해당 모델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운전자 역할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모델이다. 구글 또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시하며 변화의 흐름을 보여줬다.

결론적으로 보면 국내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전시관에서 자동차를 뺐고, IT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시관에 자동차를 넣은 셈이다. 빠른 산업 발전에 더불어 산업간 경계마저 갈수록 무의미해지면서 각 산업 분야를 넘나들며 먹거리를 모색하는 기업들의 미래전략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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