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
-이제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도 등장

오늘날 한 항공사의 이코노미 좌석. 다리를 편히 두기도 힘들다. (사진=트위터)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좌석에 몸을 웅크릴 수도 있고, 키가 180cm가 넘어도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습니다!” 1960년대 당시 미국의 최대 항공사였던 유나이티드 항공의 TV광고였다. 오늘날 이코노미 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차마 상상할 수도 없는 사치다.

1960년대 이코노미 클래스의 평균 좌석 길이는 약 89센티미터 정도였다. 요즘은 대개 83센티미터~78센티미터 정도다. 저가 항공사는 이보다 더 좁다. 전문가들은 1978년 미국의 여행 자유화가 이러한 현상의 시작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앞 다투어 해외여행에 나섰고, 항공사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티켓 가격은 하락했다. 이에 항공사들이 경쟁 심화와 티켓 가격 하락에 따르는 손실을 만회하고자 좌석의 간격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좌석 간 간격은 항공사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크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일본항공, 터키항공, 그리고 대한항공 등이 83센티미터 정도로 가장 높은 수준의 ‘쾌적한’ 좌석을 제공한다. 알래스카항공, 에미레이트 항공은 81센티미터로 조사되었다. 앞서 언급한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에어캐나다 등은 78센티미터로 대형 항공사 중 최하위권을 밑돌았다. 

저가항공사는 아무래도 더 좁을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이지젯과 라이언에어의 넓이는 76센티미터에 불과했다. 미국의 스피릿 항공사는 마치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좌석 간 넓이를 자랑한다. 71센티미터로 이 부문 당당 1위를 기록했다. 우리에게 유명한 에어아시아도 같은 넓이다. 우리 저가항공사의 경우 대체로 76센티미터~80센티미터 정도에서 수렴한다. 그 중에서는 에어서울이 약 81센티미터로 가장 넓었다. 

싱가포르 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사진=싱가포르 항공)

승객들의 불만이 없을 리 없다. 이에 항공사들도 최근 발빠르게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모양이다. 기존 이코노미보다는 편하지만, 비즈니스 좌석보다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즈음에는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있어 공간이 조금 더 넓은 좌석들에게도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모양이다. 반면 일등석 승객들은 최대 228센티미터, 비즈니스 승객들은 208센티미터의 공간을 누릴 수 있다.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은 “프리미엄 이코노미라니, 비행기 내부야말로 천민 자본주의의 가장 완벽한 축소판”이라며 냉소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항공사는 아랑곳 안 하는 분위기다. 이코노미스트는 “항공사들이 아시아를 오가는 승객을 상대로 최대한 쥐어짜겠다는 각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필리핀의 세부에어에서는 아예 내부 부엌과 화장실의 넓이를 축소시키겠다고 말했다. 2018년 미국 연방항공청도 비행기 좌석 크기를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승객들이 비상 상황에서 대피하기 점점 어려워진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항공청의 한 관계자는 승객들과 언론의 지적에 대해 “승객들이 자리를 뜨는 데 2초 이상이 걸린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느냐”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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