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성장에 익숙한 한국·홍콩·싱가포르·대만
-모두가 새로운 성장모델에 고심
-신산업 발전은 포괄적 사회보장제도를 동반해야

아시아 각국이 새로운 성장모델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알려진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지난 20년 간 정부주도의 성장모델이 널리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렸다. 그럼에도 이 모델은 역사적으로 오직 이 네 국가서만 성공했다. 그리고 2020년대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이 네 국가는 오늘날 기존 성장모델을 수정,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네 국가의 대기업들은 모두 정부정책의 특혜를 누려왔다. 우리나라와 대만의 재벌들은 값싼 신용대출과 세금감면 혜택을 받았다. 홍콩의 거물들은 관료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토지 정책의 혜택을 받았다. 싱가포르의 가장 큰 회사들은 대개가 국유화된 기업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애초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힘든 시대다. 정부는 혁신기술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 오늘날 4차 산업은 너무도 어려운 분야가 되었다. 정부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기업들에게 적절한 지시를 내릴 수 없다. 두 번째로 기업들의 혁신성장 목표는 아직까지 달성된 적이 없다. 말하자면 애초에 만들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성공모델을 복사할 수도 없다. 모두가 입을 모아 “기업들이 먼저 앞으로 나아가고 그들이 장애물에 마주쳤을 때에나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들의 고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만은 녹색에너지와 스마트기기와 같은 분야에 집중하는 혁신산업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3개의 산업 혁신 지도를 그리고 있다. 식품 제조에서 항공 우주에 이르는 모든 산업을 망라한다. 우리나라 역시 인공지능(AI)에서 자율주행차에 이르는 8개 혁신산업에 5년간 250조 원 이상을 투자하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네 국가의 발전계획은 예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하달이라기보다는 기업 및 전문가들과 심의를 거친 결과물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규제왕국’이라는 말마따나 정부의 개입과 감시가 심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정부가 뒤에서 기업을 서포트하는 오늘날의 모양새는 어느 나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아시아 각 국의 핫이슈라면 삼성의 폴더블 스크린에 대한 투자, TSMC의 내수시장 투자, 싱가포르 내 IT스타트업의 부상, 아시아 최고의 금융시장으로 남으려는 홍콩 증권거래소의 노력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네 마리 용은 다시 한 번 부상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정체된 제조업 생산성과 내내 미진한 서비스업’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OECD 기준으로 대단히 높은 수준의 서비스 및 네트워크 산업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규제수준이 심한 나라로는 벨기에 정도가 고작이다. 싱가포르 통화청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드워드 로빈슨은 “아시아 국가는 서비스 분야를 현대화하는데 있어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술 자체로는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어

세계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 이들 네 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전쟁터이자, 자체로도 각종 첨단기술들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자 기술과 5G인프라를 자랑한다. 우리 정부 역시 기업들이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를 시행하는 안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KPMG에 따르면 우리는 자율주행차가 주행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하는 데 불과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것이 우리가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닌, 사회보장제도의 미비에서 꼽았다.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 참석하는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 집결해 있다. (사진=연합뉴스)<br>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택시기사들. (사진=연합뉴스)

그 이유로서 오늘날 타다를 둘러싼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갈등을 들 수 있다. 더 이전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를 두고 택시 기사들의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택시기사 4명이 분신 시도를 했고 승차공유 서비스의 도입은 동력을 잃었다. 그러니 기술수준이나 아이디어가 아주 뛰어나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부에 의해 채택되기 전까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공유경제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기 위해서는, 기술에 뒤쳐진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타다가 무슨 신기술이냐고 주장하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같은 논리는 자율주행차의 도입에도 적용된다는 점에 이견은 적다. 5G 네트워크가 아니라, 더 나은 연금제도가 4차산업 발전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기술에 뒤쳐진 이들을 배려하지 않고는 4차 산업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어렵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아시아의 네 마리 용들은 각자가 겪고 있는 사회적 불만의 징후가 증명하듯이, 모두가 효과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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