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언론 현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독립 언론기치를 내건 신문사의 ‘기사 거래’를 보면서 자본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뼈아픈 언론의 현실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해당 언론사는 기업의 운영사로부터 5억원의 협찬금을 받기로 약속받고 지난달 13일 지면에 실릴 예정이었던 국내 제빵 업계 1위 기업에 대한 기사를 제작 과정에서 삭제했다. 이 일로 사장과 편집국 책임자들은 대거 물갈이됐다. 공정과 정확한 보도를 생명으로 삼는 언론이 자본에 좌지우지된 것이다. 

사실 언론에서 은밀한 기사 거래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업 협찬과 광고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가면서 기업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축소·수정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금도 기업의 협찬과 광고비를 대가로 제목을 고치거나, 기사의 비중을 축소하거나, 기사의 톤을 수정하는 일은 다반사다. 특히 광고비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 관한 기사라면 더욱 그랬다.

더 노골적으로 기형적인 수익 모델도 나왔다. 오죽하면 신문사뿐만 아니라 방송사, 인터넷 매체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어서 ‘콘퍼런스 저널리즘’이란 업계 신조어가 등장했을까. <저널리즘 토크쇼J>의 취재 결과, 주요 일간지 10곳과 경제지 9곳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개최한 콘퍼런스는 총 193건이라고 한다. 한 달 평균 18건이다. 이러한 콘퍼런스의 돈줄은 물론 기업들이었다. 

주최는 언론사가 하지만, 협찬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대는 쪽은 기업이었다. 크게는 수천만원에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 단위였으며 언론사 대표 콘퍼런스에는 억 단위의 금액이 오간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험을 들어놓기 위한 홍보비인 셈이었다.

이 같은 언론 비즈니스의 이면에는 자본 논리가 깔려 있다. 자본은 윤리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못하다. 자본은 만지면 황금으로 변하는 마이다스 임금님의 손처럼 그 손이 닫기만 하면 부패하고 타락한다. 자본주의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 자본은 기사 거래라는 이름으로 개인을 타락시키거나 부도덕한 사회를 만들기도 한다.

언론의 신뢰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신문에 나간 기사는 삭제할 수도 없고, 정정하는 과정도 꽤나 까다롭고 번거롭다. 그런데 제작 과정에서 기사는 쉽게 고치고 버려지지만, 그 이유나 사정을 독자들이 알 길이 없다. 이런 점에서 독자들은 언론을 불신하고 유튜브를 맹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언론의 독립성과 그를 기반으로 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보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또 언론의 ‘먹고사니즘’이 보다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비판에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언론의 성찰과 자기반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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