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방암, 폐암 등 조기진단율 낮은 암 초기 발견 가능케하는 인공지능 개발 '속도'
- 구글, 네이처지에 암 진단 오진율 획기적으로 줄인 인공지능 개발 알려
- 국내 의료계도 인공지능 활용 암 진단 확대 중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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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인공지능(AI)의 힘으로 암을 조기발견하고 오진율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지난 1일 네이처(Nature)지에 “AI가 유방암 조기 진단 정확도에서 방사선 전문의를 능가했다”고 밝혔다. 이미 의료계에서 인공지능은 의사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가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암 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조기진단율 낮고 오진율은 높아 위험한 암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18 사망원인통계에서 암이 압도적인 사망원인 1위에 올랐다. 현대인의 가장 주요한 사망원인인 암은 늦게 발견될 경우 생존율이 크게 줄어든다. 아직까지 암은 극복하지 못한 질병으로 남아 있는 만큼 조기 발견만이 최선의 암 예방책이라고 의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초기에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 생존율은 크게 올라간다. 조기 발견시에 암 환자의 생존율은 64%에 이르지만, 말기에 발견될 경우 생존율은 6.1%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암을 예방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결국 정확한 암 진단과 정기적인 암 검진이다.

다만 암 조기 검진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암 조기 진단율은 위암·전립선암·유방암의 50%대 후반, 간암·갑상선암·비호지킨림프종의 40%대 수치가 그나마 높은 편이고, 폐암·췌장암 등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여타 장기에 가려 암 조직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초기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오진도 암의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2012~2105년 오진환자 피해 현황에 따르면 전체 오진건수 480건 중 601.7%가 암과 관련한 오진이었다. 최근에는 대장암 검진 결과가 뒤집히는 비율이 75%에 달한다는 연합뉴스의 보도가 있기도 했다.

◆ 구글 “암 조기진단, AI가 인간 능가”

구글 연구팀 인공지능이 찾아낸 유방암 조직 (사진=네이처)
구글 연구팀 인공지능이 찾아낸 유방암 조직 (사진=네이처)

따라서 과학계와 의료계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암의 조기진단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오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구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유방암 조기진단율을 크게 끌어올린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구글에 따르면 연구팀은 인공지능에 미국 여성 3097명, 영국 여성 2만5856명의 유방암 진단 영상을 학습시켰다. 이후 인공지능과 방사선 전문의 6명에게 처음 보는 X선 영상 500장을 제시한 뒤 유방암 여부를 판단하게 했다.

결과는 인공지능의 승리였다. 인공지능이 암이 아닌데도 암이라고 판단한 비율은 전문의보다 영국 여성의 경우 5.7%, 미국 여성의 경우 1.2% 낮았다. 암에 걸렸는데 암이 아니라고 판단한 비율도 인공지능이 전문의보다 각각 9.4%와 2.7% 낮았다. 보다 많은 진단 영상을 학습한 영국 여성 집단에서 보다 큰 오진율 축소 폭을 보여준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아라 다르지(Ara Darzi) 영국 왕립 암 연구 센터의 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정확도와 효율성 증대라는 측면에서 기존 진단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발견”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은 두 명의 전문의로 구성돼 수행되는 영국의 유방암 진단 과정에서, 한 명의 전문의를 대신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또한 덧붙였다.

같은 연구팀은 지난해 5월에는 개발한 인공지능이 폐암 진단에서 최고 94.4%의 정확도를 가지고 암 환자를 진단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는 방사선 전문의보다 5~11% 높은 정확도라고 부연했다.

한편 미국 IBM의 인공지능 왓슨 역시 암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왓슨의 암 진단 정확도는 대장암 98%, 직장암 96%,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나라도 암 진단 인공지능 도입 필요성 대두

루닛 인사이트 MMG 온라인 데모 웹사이트 화면 (사진=루닛 인사이트)
루닛 인사이트 MMG 온라인 데모 웹사이트 화면 (사진=루닛)

우리나라에서도 암 진단을 보조하는 인공지능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딥러닝기반 의료 영상 진단 서비스 기업 루닛이 개발한 유방암 진단 보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 MMG’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은 약 20만장의 빅데이터 영상을 학습해 의사의 판독 정확도를 최대 20%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루닛은 설명한다.

루닛의 서범석 대표는 “(루닛의) 인공지능 의료기기를 함께 사용하면 정확도는 20%, 판독 속도는 최대 30~50%까지 향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대학교병원도 2019년 1월부터 흉부 엑스선 영상 분석에 의료 인공지능 기업 루닛의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은 폐암·대장암·전립선암·유방암 등의 질환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의료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해 올해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닥터 앤서’는 한국인의 진료기록, 영상, 유전체, 생활습관 등 의료 정보 빅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보다 정확한 질병진단과 개인맞춤형 치료 방법을 제공한다.

전북대병원도 서스캐처원공대와 함께 폐암을 조기진단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CT-lungNET은 CT(컴퓨터단층촬영) 한 장 당 0.9초만에 85%의 정확도로 폐암을 감별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cm 이하의 작은 결절의 경우 진단 결과를 인공지능에게 추가 학습시킨 후 폐암을 다시 진단한 결과, 진단율이 각각 13%와 7%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의료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암 진단 오진율을 크게 줄이고 진단 시간 또한 크게 단축시키면서, 인공지능은 인간이 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믿을만한 조력자가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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