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미래는? (사진=World Economic Forum)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2019년을 수놓았던 이슈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브렉시트를 들 수 있다. 브렉시트야말로 영국의 미래와 유럽의 현재를 구성하는 첩경이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없이도, 유럽연합은 여전히 그들을 규정하는 문제를 두고 혼란에 빠져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브렉시트는 ‘유럽 정체성’의 귀속을 재촉하는 하나의 트리거에 불과했다.

현재 유럽연합의 공통이슈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쨰로는 헝가리에서 장기집권 중인 빅터 오르반과 이에 동조하는 유럽 극우파들이 꿈꾸는 '기독교 유럽'을 들 수 있다. 오르반은 유럽연합을 하나의 ‘기독교 요새’로 만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적 가치로 묶인 유럽이 이슬람을 몰아내고 외부 위협에 맞서 단결하기를 원한다. 이는 현재 유럽연합의 실질적인 리더인 마크롱도 동의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마크롱은 왜일까?

마크롱은 유럽연합의 단결을 원한다. 마크롱은 현대 유럽의 가치, 즉 민주주의, 자유, 평등 같은 가치가 오로지 유럽에만 귀속돼 있다고 믿는다. 또한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바깥 세계로부터 유럽을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마크롱은 NATO를 반테러리즘 조직으로 바꾸고 러시아와 안보 동맹을 맺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통적인 안보 관점에서 보자면 놀라운 선택이다. 러시아와 가까워지겠다는 구상은 이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을 대전략이다.

하지만 마크롱은 유럽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정치 제도 뿐만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가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리라. 모든 유럽인들이 근본적으로 공유하는 가치는 ‘그리스로마신화’와 ‘기독교문명’이 대표적이다. 아무래도 신화보다는 종교가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명확히 다가오는 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크롱의 구상은 ‘기독교 요새’로의 구상과 수렴한다.

세 번째는 현상유지다. 현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인 폰 데어 라이엔의 구상이다. 겉으로는 유럽연합의 독특한 삶의 방식을 주장하지만 실상 어느 것도 특별할 것 하나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나다보면 어느덧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연방체로 변화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안이해 보이기도 하지만, 유럽연합의 모태가 되었던 장 모네의 신념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유럽연합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영국이 새로운 국가건설의 시기를 맞고 있듯이, 유럽연합도 연방조직의 모습과 형태를 좀 더 분명히 할 때가 되었다. 그것은 오늘날의 미국과 인도, 중국이 지향하는 ‘문명국가’로서의 정체성과 상통한다. 2020년은 그것이 좀 더 구체화될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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