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재제조 업계, 자동차 부품·잉크 카트리지 등 한정 분야에만 치중
- 산업 기반·소비자 인식 등 개선 과제들 여전
- 시작 늦었지만 경제성·친환경성 주목…다양한 발전 방안들 제시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자동차 부품 분야에 집중된 우리나라 재제조품 시장은 아직까지는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정부 및 기관 차원의 노력이 병행되고 있으나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제조의 경제성 및 친환경성 등의 특성은 제조업에 새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자동차 부품 치중된 우리나라 재제조 산업

우리나라는 자동차 부품 분야와 잉크 카트리지 분야를 제외하면 재제조품 산업이 신제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다. 2015년 기준, 신품시장 대비 재제조품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동차 부품 분야가 10%를 넘으며 다른 분야를 크게 앞섰다. 인쇄기기는 3%, 나머지는 1%도 채 되지 않는 비중을 차지했다. 자동차 부품 산업이 가장 큰 재제조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나마도 내부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국내 품목별 신품 및 재제조품 시장 규모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원순환기술지원센터)
국내 품목별 신품 및 재제조품 시장 규모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원순환기술지원센터)

자동차 부품 재제조 업체 알엠테크의 조상호 대표도 청정생산·자원순환 컨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나라 재제조 산업의 현주소를 공유했다. 조 대표는 기업당 년간 매출이 평균 7억 수준으로 높지 않고, 기업당 평균 고용도 4.37명으로 매우 낮다고 밝혔다. 아울러 진보하는 완성차 기술을 재제조 산업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함께 말했다.

완성차 산업 환경에 크게 달라짐에 따라 자동차 부품 중 전기전자부품 사용률은 2005년 15%에서 현재 70%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기존 비전자식 부품들이 센서, 소프트웨어, 제어기 등의 전기전자부품으로 대체되면서 재제조품 시장이 완성차 시장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국내외 재제조산업 동향 보고서를 참고해도 우리나라 재제조 산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제조 분야 선두인 미국과 유럽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는 2조원 가량의 자동차 부품 재제조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 고용 인원도 7300명으로 1만8000명에 이르는 일본보다 한참 뒤쳐져 있다.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있는 국가이고 해외 중고차 시장도 형성하고 있는 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 국내 재제조업 준비는 어느정도?

우리나라도 재제조품 시장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알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2016년 국내에서는 첫번째로 재제조 단체인 한국건설기계·부품재제조협회가 설립됐고, 산업부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과 연구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부는 2017년에 수립된 ‘재제조산업 재진단 및 활성화 계획’을 중심으로 재제조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오고 있다.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도 2017년까지 10년간 400억원 규모로 이뤄져왔다.

다만 시작이 늦었던 만큼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의 재제조품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박상후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재제조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선입견과 산업계의 신제품 판매 위축 우려, 환경과 자원재활용에 관한 인식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내 재제조 산업은 선진국과 달리 제대로 된 시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호정 생산기술연구원 자원순환기술지원센터장도 한겨레 신문에 “우수한 재제조 제품 생산과 판매를 위한 정부 정책과 산업 기반이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고, 한번 사용했던 제품을 다시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소비심리도 여전하다”며 “정부와 민간이 재제조 산업 육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다양한 발전 방안들 제시

재제조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재제조품 시장의 성장을 꾀하기 위한 전략 모색에 나섰다. 가장 먼저 꼽히는 전략은 역시 자동차 부품 시장이다. 자동차 부품 시장이 우리나라 재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경쟁력 있는 자국 완성차 업체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이점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제조업계와 재제조업계가 상생협력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자동차 업체는 차량 단종 후에도 8년 동안의 부품 공급 의무기간을 가지는데, 이와 같은 부담을 재제조업체와 나눠 가지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또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방안도 제시된다. 국내 산업 발전에 따라 오래 사용된 산업 기계에 대한 국내 수요는 적으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 엔진이나 변속기 등의 핵심 산업 부품들은 해외 수요가 높아 적합한 기술 개발 능력을 갖춘다면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제조 산업의 경제성 및 발전가능성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재제조 산업의 경제성 및 발전가능성 (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또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재제조품 영역 확대도 필수적인 과제로 언급된다. 자동차 부품과 인쇄기기 및 인쇄 카트리지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재제조품 시장의 다각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원순환기술지원센터는 자체 조사를 통해 중장비, 항공, 기계류, 의료장비, IT제품, 자동차부품 분야(사진 상의 보라색 영역)를 발전가능성과 경제성이 있는 재제조 산업 분야로 꼽았다. 기술 개발 및 지원 정책 등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시장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재제조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 역시 언급된다. 품질인증제도와 같이 소비자가 고품질 재제조품을 인식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방안으로 제시된다. 품질인증제도가 안정적으로 확산된다면, 품질인증 획득을 희망하는 기업에 대해 기술 확산을 위한 품질시험 지원, 기술 진단 등의 기업 지원 활동도 병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재제조품 시장은 보완해나가야 할 지점이 많지만, 재제조는 현대 제조업계 및 사회의 니즈를 상당 부분 충족시키는 ‘좋은 선택지’로서 지속 언급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순환 경제의 개념에 기반하는 만큼, 재제조는 친환경적이다. 또 국내에서는 아직 발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생산 시스템을 체계화할 경우 시장 확대 여지가 많다. 재제조가 친환경 제조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이유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