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친환경 논의한 2019 청정생산·자원순환 컨퍼런스, ‘재제조’ 강조
-재제조, 친환경화·4차산업·효율화 등 업계 수요에 안성맞춤 전략으로 주목
-미국·영국 등이 재제조 산업 주도…우리나라는 아직 미비

제조업 일러스트
제조업 일러스트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제조업 분야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곧잘 거론된다. 제조업이 산업화의 핵심에 서있었던 만큼, 환경 오염에 얼마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논의가 지속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제조업 분야도 글로벌 친환경화 트렌드에 발을 맞춰가는 중이다. 17일 산업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마련한 2019 청정생산·자원순환 컨퍼런스(컨퍼런스)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 트렌드·시장수요에 ‘찰떡’, 재제조 주목 받는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산’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던 컨퍼런스에서 거론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재제조(Remanufacturing)’였다. 재제조란 체계적으로 회수한 ‘사용 후 제품’을 분해·세척·조립·검사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신제품 수준으로 다시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단순히 세척 후 잔존 수명만큼 재사용하는 ‘중고 부품’이나 외형 손상 부품을 보수해 재사용하는 ‘재생부품’과는 구별된다.

재제조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산의 가장 적합한 실현 방안으로 꼽힌다. 산업 폐기물을 줄이는 것은 물론 에너지 및 자원 절감 효과가 우수한 ‘자원순환’을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재제조를 활성화하면 제품의 사용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고 산업 폐기물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재제조산업은 기본적으로 순환경제의 개념에 기반하는 만큼 친환경 산업화를 촉구하는 글로벌 트렌드와 잘 들어맞는다. ‘사용 후 폐기’의 단계로 이뤄진 선형적 산업 구조를 ‘사용 후 재제조’로 바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또 재제조품의 가격은 신제품의 50~70%로 저렴해 친환경 미래부품산업으로서 주목 받는다.

재제조 과정 (사진=한국자동차부품재제조협회 홈페이지 캡쳐)
재제조 과정 (사진=한국자동차부품재제조협회 홈페이지 캡쳐)

전문가들도 재제조품의 친환경성을 강조한다. 박임호 한국자동차부품재제조협회 이사는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 재제조의 친환경적 효과가 검증된 바 있다"며 "재제조 부품을 신품과 비교하면 70~80% 이상 에너지와 자원 낭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80% 이상 감축시킨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4차산업혁명과 연계된 산업 확장도 꾀할 수 있어 더 많은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제품의 수요 예측이 보다 정확해지면 산업 내 재제조 수요의 정확한 파악 및 효율화가 가능하다. IoT 기술을 활용하면 제품의 부품 교체 주기 및 상태의 실시간 확인이 가능해질 수 있다. 한편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노후 부품의 단종 등의 여부와 관계 없이, 필요에 따른 부품 생산도 가능해진다.

◆ 재제조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

재제조 산업의 선두에 선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약 100여 년 전부터 자체 수요에 의해 재제조 산업이 형성돼 발달되어왔다. 미 주정부들은 재제조품에 대한 세금면제, 우선구매, 재제조 방해 행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법규를 마련해 재제조 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재제조 산업은 이미 43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를 넘어섰고 현재는 70조 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재제조 산업 규모가 2017년을 기준으로 1조원 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크다.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에도 미국은 한발 앞서 우리나라와 재제조 제품에 대한 무역자유화를 합의하기도 했다.

유럽도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유럽연합(EU)의 재제조 시장 규모는 300억 유로(약 39조 원) 수준이며 2030년까지 그보다 3배 가까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영국과 독일이 가장 큰 재제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재제조 산업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 시장 형성 및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 또 유럽 재제조 네트워크(European Remanufacturing Network)를 중심으로 재제조 산업에 대한 기관 차원에서의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다.

유럽은 특히 자동차 부품 재제조 산업이 발달해있다. 벤츠, BMW 등의 완성차업체는 자체 재제조 라인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폭스바겐은 23만㎡에 이르는 재제조사업장을 갖추고 8000여종 부품을 재제조해 공급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재제조협회(APRA)는 2000여개 재제조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유럽 내 자동차 재제조업 종사자는 20여만명에 이른다.

국가별 재제조 산업 및 제품 (사진=산업부/2019 자원순환 이노베이션로드맵)
국가별 재제조 산업 및 제품 (사진=산업부/2019 자원순환 이노베이션로드맵)

미국과 유럽의 재제조 산업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다양한 산업 분야으로의 재제조 영역 확대다. 유럽의 주요 재제조 산업 주체인 영국과 미국은 항공기, 중장비,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제조품을 활용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동차 부품 산업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분야에서의 활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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