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이르렀지만...중남미 둘러싼 긴장은 여전

무역전쟁의 다음 행선지는 중남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CNBC)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미중 무역전쟁은 일단 휴전 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중국의 라틴아메리카를 둘러싼 야심은 추후 양국의 국지적 충돌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정세 전문 매체인 ‘지정학적미래’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을 후원하고 때론 혼란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IMF에 따르면 중남미 독립국 33개국의 2019년 연평균 성장률은 0.2%에 그쳤다. 2020년의 성장률 기대치도 1.8%에 불과하다. 산업구조 역시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미국 안보의 최우선과제는 경쟁국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1823년 중남미의 식민지화를 막기 위해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고, 1904년 ‘루즈벨트 계론’을 발표해 유럽 국가들이 남아메리카의 자산을 몰수하고 국가를 인수하지 못하도록 했다. 얼마 후 미군은 해군을 파견해 서반구에 남아있는 스페인 소유의 땅을 빼앗기도 했다. 반면 시진핑은 2014년 3월 주석에 취임한 이후 카리브해 연안국 공동체와 ‘1+3+6’ 구상에 나섰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강대국의 대외행보가 정면으로 충돌한 셈이다.

시진핑의 카리브해 구상에서 1은 하나의 계획,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국가 간의 협력 계획을 의미한다. 3은 세 개의 동력, 즉 무역·투자·금융을 말한다. 6은 양측이 최우선으로 추진할 6개 분야, 즉 에너지 및 자원·농업·인프라 건설·제조·과학·기술 혁신 분야를 가리킨다. 이를 위해 중국은 중남미 천연자원을 대거 수입해 중남미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또한 중국이 중남미에 조달한 1410억 달러(약 180조 원)는 채무불이행 시 따르는 강제적 요구가 없었다. 그 결과 2005년 이후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은 현재 매년 세계은행, 미주개발은행, 그리고 안데스개발공사(CAF)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개발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중남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현재 진행형 (사진= CNBC)

시 주석은 아울러 지난 2015년 “우정은 인적 교류에서 비롯된다”고 언급하며, 중남미에 정부 장학생 6000명, 연수생 6000명, 석사 재학생 40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시 주석은 또한 중남미 정당 대표 1000명을 초청해 중국을 방문케 하고, 중국과 중남미 청년 지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념 및 문화 교류 발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정학적미래는 중국의 투자·융자·친선 문화교류가 “중국과 중남미 국가 및 지역 기구 간의 관계를 긴밀히 해 정치적 기반을 세워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파나마가 2017년에, 도미니카공화국과 엘살바도르가 2018년에 중국과 수교를 위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이에 대응해 그해 9월 미국은 대만과 단교한 3국 대사를 소환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에 “중국과 너무 가까워지면 곤란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후 왕이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과 중남미의 특별한 관계와 협력을 강조하며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미래는 왕이 부부장의 언급에 대해 미국을 향한 우회적인 비판이라고 표현했다.

1단계 무역 협상이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에 13일 새벽 세계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마크 에스퍼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이웃국가의 독립을 훼손하려고 파렴치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 국방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정학적미래는 미 국방부의 강경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분쟁 해역에서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하기보다는 장기전으로 역내에서 우월한 전략적 위치를 활용하는 데 대체로 만족해 왔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중국 싱크탱크인 ‘남중국해 전략상황탐지계획’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적어도 85개국의 합동군사훈련을 통해 다른 국가들과 상호 운용을 강화하고, 중국의 해양 강국으로서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더 강력한 군사력을 추구해왔다.

지정학적미래는 한편 1946년 윈스턴 처칠의 ‘철의 장막’ 연설은 처음으로 러시아 대신 중국을 미국의 제1의 군사적 적대국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미국은 자국의 범위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잠재적 위협에 더 공개적으로 도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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