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직원들, 아이티서 인권착취로 전방위적 비난받아
-프랑스는 아이티 독립하자 식민지배 배상금 요구
-122년간 배상금 상환한 아이티...프랑스 도의적 책임 다해야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 (사진=AFP)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유엔 소속직원들이 아이티의 현지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보고서가 논란을 낳고 있다. 방치된 아이티 국민들을 위해 아무도 나서는 이 없는 가운데, 식민지배의 책임이 있는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호주매체 <컨버세이션>은 18일 유엔 아이티안정화지원단 직원들이 현지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책임지지 않은 행태를 고발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앞서 2004년 유엔은 좌파 정권이 쿠데타로 축출되자 브라질군을 주축으로 한 ‘안정화 지원단’을 파견했다. 이들의 임무는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2010년)과 허리케인(2016년)의 피해 수습을 마친 이듬해인 2017년에야 종료됐다. 매체는 “‘유엔 아이티안정화임무’는 유엔활동 중 가장 논란거리 중 하나”라며 “많은 수의 군인과 외국인 직원들이 성적 착취와 강간에 연루돼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지원단과 아이티 여성들의 ‘합의된 성관계’조차도 실은 현지인들의 절박한 생존을 담보로 강요된 ‘거래’에 가까웠다. 한 주민은 “그들은 소녀들에게 돈을 주고 섹스하지 않았다. 한 끼의 먹을거리면 됐다”고 증언했다. 여성이 임신할 경우, 유엔이 해당직원을 곧장 귀국 조처하는 것도 문제다. 대다수는 절대 빈곤 상태에서 양육을 혼자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상 오늘날까지 아이티 국민의 일인당 연간수입은 미화 350달러에 불과하다. 포브스도 지난 기사를 통해 “광범위한 영양실조와 문맹, 고질적인 거버넌스의 부패, 그리고 취약한 사회기반시설은 그 자체로 ‘고통의 폭주’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티의 절박한 상황에 유엔은 뒤통수를 치고 있고, 어느 강대국 하나 도움 주는 이 없는 현실이다.

생필품 부족에 폭력시위에 나선 아이티 사람들 (사진=AFP)

이에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프랑스의 식민지배로부터 아이티가 독립한 것은 1805년으로, 우리나라보다 140년이 앞선다. 그러나 식민지배의 유산은 이후로도 100년이 넘게 지속되었다. 프랑스가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금을 되려 아이티에게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현재 돈으로는 약 210억 달러(약 25조 원)에 달한다.

이에 아이티는 식민통치를 원활케 하기 위해 아이티에 세운 철도와 도로 등의 인프라건설비용을 무려 122년에 걸쳐 프랑스에 상환해야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요구지만, 신생국가 아이티는 애초에 노예제도에 대항해 흑인들이 세운 국가였다. 이는 당시 노예제도를 보유하고 있었던 미국 같은 국가들에 의해 위협으로 간주되었고, 따라서 아이티와 강대국들의 외교관계는 인종차별주의적인 감정에 기반했다. 프랑스가 아이티에 그러한 요구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이티에는 유명한 민요가 있다. 모두가 프랑스로부터 부과된 배상금을 갚기 위해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머니를 털자는 내용이다. 대부분이 절대 빈곤에 시달리던 아이티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 덕에, 부채는 1947년에 마침내 상환되었다. 그러나 수십 년의 막대한 지출은 아이티 정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이어졌다.

반면 프랑스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다. 반면 아이티는 비포장 도로망이 전체 도로망의 50%가 넘어 가뭄, 식량부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1조 원은 많은 돈이지만, 프랑스 국가예산에서 또 그렇게까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 돈은 아이티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돈이며, 6대에 걸쳐 고통받고 있는 아이티 국민에게는 완전한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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