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불황, 일시적 아닌 구조적 문제
-구조적 문제는 정부개혁이 뒤따라야...연구개발은 필수

인도의 신권 화폐. (사진=AFP)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인도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인도의 경기침체가 일시적인 것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현재의 불황이 경기순환과정의 일부라고 늘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정책이 실패하여 오늘날 경제가 어렵습니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정부는 어디에도 없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피치 레이팅스에 따르면 인도 경제는 7~9월 분기에 4.7% 성장해 6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재 인도의 경기둔화는 성격상 침체보다는 불황에 더 가깝다. 불황이란 붕괴나 회복신호는 없는 상태에서 예상 밖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국가의 예상성장률이 5~6%인데 현재 3~4% 성장하고 있다면, 2%p의 차이는 바로 불황형 성장을 가리킨다. 그리고 불황은 본래 지속적이고 구조적이기 마련이다. 극복에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현재 인도의 경제가 그렇다.

인도정부는 자국의 경제가 일시적 침체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도 경제의 ‘불황’은 지속적이다. 연이은 금리 인하와 102%에 이르는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호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 영자지 아시아타임즈(AT)는 “인도가 이처럼 끔찍한 부진에 빠진 근본 원인은 정부 정책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AT에 따르면 정부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비공식 경제와의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경제의 상당부분, 특히 농촌 경제는 비공식 경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사실상 경제 자체에 대해 전쟁을 치렀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정부는 결국 경제를 죽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인도 정부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다수는 화폐개혁과 통합간접세(GST) 도입에 입을 모은다. 화폐개혁은 부패한 공무원·범죄조직의 이른바 ‘검은 돈’을 없애기 위해 고액권인 500루피와 1000루피의 통용을 예고 없이 중단하고 신권으로 교체한 조치를 말한다. 화폐개혁 발표 직후 갑자기 인도에서 통용되고 있던 전체 통화의 86% 이상, 즉 2060억 달러(약 246조원)이 영향을 받았다. 인도 정부가 이처럼 대담한 화폐개혁을 단행한 주요 원인은 부패 척결이었다. 하지만 현금은 인도에서 유통되는 불법 자금의 6% 정도에 불과했다.

화폐발권은 하루아침에 중단되었고, 신권교체는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인도 경제는 즉각적인 충격을 받았고 유동성 위기가 뒤따랐다. 민간 소비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이는 생산의 부진으로 이어졌고, 고용, 성장, 세수 등에도 모두 타격을 받는 ‘도미노 효과’가 일어났다. 2015/16 회계연도에 8.01%였던 성장률은 화폐개혁 영향에 2016년과 2017년에 7.11%로 하락했다. 화폐개혁이 내수 주도의 경제에 최대 리스크로 작용한 것이다.
 
인도 국민들이 화폐개혁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정부는 2017년 7월 1일 역사상 가장 복잡한 세제 개혁안인 상품서비스세(GST)를 도입했다. 안 그래도 복잡한 기업설립에 대한 허가와  규제, 형식과 관련된 복잡했던 예전 세제가 복잡한 세율메커니즘과 함께 더욱 복잡해졌다. 현행 GST에는 다중세율, 할증료, 월간 매출 신고 요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송장없는 거래, 세금환급남용, 세액공제조작 등에 대해선 형사처벌이 가해진다. 비공식부문 비중이 큰 인도에서는 높은 세율과 복잡한 절차는 사업수행을 어렵게 만든다.
 
전인도노조연맹(AITUC) 조사에 따르면 작년 9월 인도 경제의 32%를 차지하며, 1억110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인도의 6300만 개 중소기업 중 5분의 1의 순익이 GST 부과 이후 20% 감소했다. 수십만 명의 노동자이 실직되었다. 두 차례의 대규모 재앙적인 개혁 이후, 인도경제의 GDP는 매 분기 감소했고 재정적자는 증가했다. 민간부문 경제의 대부분이 이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현재 인도의 불황이 정부의 잘못된 개혁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는 많지 않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연합뉴스)

◆ 해결책은?

구조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급한 개혁이 필요하다. AT는 “자본통제 완화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라며 “이와는 별도로 소비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농촌을 연결하는 중점을 두고 자본시장에서 과감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제조와 조립보다는 연구와 제품 개발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도는 가치사슬을 올라가서 많은 다른 산업들에 필요한 서비스 제공자에서 벗어나서 산업 전반의 혁신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T는 “인도는 경쟁, 규제 완화, 시장 개방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장기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과 지식재산권 창출에 기반한 경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기 마련이다. 
 
같은 맥락에서 인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도 중요하다. AT는 “인도는 시간과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한다. 현 정부가 정치적 사안 설정에만 집중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무시한다면, 인도 경제는 몇 년 안에 인도 경제는 구조적인 붕괴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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