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핵심은 데이터인데…” 우리나라 데이터 활용 OECD 최하위
-“데이터 활용하는 길 열지 못하면 ‘데이터 진공 국가’ 될 것”
​​​​​​​-인공지능 국가전략 발표, 규제 넘어서는 것이 관건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데이터 없이 인공지능은 존재할 수 없다. 데이터를 통한 학습을 거쳐야 인공 지능은 자가 판단이 가능한 ‘인공 지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대한 원활한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한편, 정부는 17일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다시 글로벌 인공지능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 데이터 시장 확대가 곧 AI 경쟁력

우리나라의 AI 산업 환경에서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데이터 시장의 확대다. 데이터는 AI 발전의 핵심이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인공지능 기술은 고도화되는 것이다.

전 세계 AI 스타트업 중에서 가장 높은 기업 가치(약 8조9300억원)를 가진 중국 기업 센스타임의 성장 배경에도 역시 데이터가 있다. 중국 정부가 ‘굴기’라는 명분 하에 센스 타임의 주요 고객이 되기를 자처하면서 중국 공공안보국이 보유한 어마어마한 중국 인민 데이터가 센스타임의 몫이 된 것이다. 보통의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베이스가 1천만장의 이미지를 보유한 데 비해 센스타임은 수십억장의 이미지를 학습 데이터로 보유하게 됐다. 물론 이에 따른 윤리적 문제가 지속 대두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학습의 핵심은 데이터라는 요지는 변치 않는다. 우리나라는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빅데이터 사용 및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63개국 중 31위를 차지했다. 또 한국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 활용 비율은 2017년 기준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심지어는, 대한민국의 저조한 데이터 활용이 뛰어난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에서 활약해야 할 AI 핵심 인재가 한국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해외로 나가고 있다”며 “인재들이 떠나는 것은 국내에서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정부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8월 ‘데이터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데이터경제 3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데이터 3법’은 여야 대치와 시민단체 반발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도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은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으면 데이터를 보유할 수 없다"며 "우리 스스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길을 열지 못하면 데이터 자체를 해외에 송두리째 내주고 한국은 '데이터 진공 국가'가 될 것"이라고 날 선 비판을 던지기도 했다.

◆ 정부 인공지능 국가전략 발표, 기대해도 될까?

정부의 인공지능 국가전략 개요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의 인공지능 국가전략 개요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는 “연내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지켰다. 지난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비전 아래 ‘AI 국가전략’을 내놓았다.

데이터 분야에 대한 정부 계획은 어떠할까. 정부는 2021년까지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전면 개방해 양질의 데이터 자원을 확충할 것이라 밝혔다. 또 2021년까지 데이터 생산과 유통을 지원할 ‘공공·민간 데이터 지도’를 연계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으며 실시해오고 있는 ‘데이터 바우처’를 보다 활성화하고 내년 ‘AI 바우처’를 신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우처 사업은 데이터나 AI를 원하는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의 매칭을 정부가 맡고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편 이번 인공지능 국가전략이 정부부처별 세부 실행 계획 100여개를 담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의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또 새해부터 ‘산업AI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해, 정부가 역점을 둔 전략 산업 전반에서 보다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 및 축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계획대로라면 현재 1500종인 공공·민간 개방 데이터가 4만5000종까지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매우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이 가능할 때의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국가전략을 세운들 데이터3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반쪽짜리에 그칠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정부가 내세운 목표들 중 상당 수가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가전략 중 하나로 담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 역시 시간을 둔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말하는 ‘455조원의 경제효과를 가진’ 인공지능 청사진은 각종 규제 및 법률적 한계를 넘어선 상황을 전제하고 만들어진 셈인 것이다.

이번 인공지능 국가전략 발표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의 ‘퍼스트 무버’를 자처한 우리 정부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이미 주요 국가들은 저마다의 국가전략을 탑재하고 시장의 선두로 올라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인공지능 국가 경쟁력의 상승은 국가의 힘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민간의 노력과 도전을 장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분명 국가의 몫이다. 우리나라도 비로소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가진 수많은 국가 중 하나가 됐다. 구체적 시행방안을 제시한 우리 정부의 실행력과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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