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언론, 늘상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
-제프리 러쉬 소송사건이 대표적...명예훼손 관대한 호주 법정
-언론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 확대해야한다는 주장

언론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언론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1면을 먹칠발행한 데일리텔레그래프 (사진=AP)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호주의 유력일간지인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배우 제프리 러쉬로부터 지난해 소송을 당했다. 연극 ‘리어왕’의 상대배우였던 에른 진 노벨을 성추행했다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데일리 텔레그레프는 2017년 그가 리어왕을 직접 연출하는 동안 그가 노벨의 가슴을 의도적으로 더듬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 제프리 러쉬의 ‘명예훼손’ 혐의가 받아들여졌고, 피고 측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오늘날 호주 언론은 엄청난 액수의 돈을 상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보도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다수 사건의 이해관계자들은 매번 명예훼손 혐의를 제기하고, 언론사들은 그 때마다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준다는 의미다. 금액 자체도 만만치 않다. 제프리 러쉬는 우리 돈으로 2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배상받았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퀸스랜드에서 채석장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호주의 한 국영 방송사로부터 3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받았다. 그가 소유한 채석장의 벽이 무너져 12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문제였다. 법원 측은 해당 방송사의 보도로 그의 사업에 향후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을 인정했다. 잡지사인 바우어 미디어도 최근 영화배우인 레벨 윌슨에게 50억 원을 지급했다. 매체의 보도로 인해 윌슨이 배역 및 광고계약에서 줄줄이 손해를 보았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사들은 “반면 건설현장에서 사지를 잃은 근로자들은 업주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윌슨의 변호사 매튜 콜린스도 “거액의 합의금이 거부당하면 곧바로 명예훼손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이코노미스트도 “호주 법원은 늘 명예훼손 사건처리에 바쁘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시드니는 세계의 ‘명예훼손 수도’라고 설명한다. 그는 시드니가 같은 인구대비 런던보다 10배나 많은 명예훼손 소송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호주는 언론자유에 제약이 따르는 국가”라고 설명한다. 기자들은 언론자유를 위한 권리장전을 포함, 어떠한 헌법조항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집트 정부로부터 수감된 적이 잇는 호주 기자 피터 그레스트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언론을 압박하기 위해 늘 명예훼손이라는 카드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제프리 러쉬 (사진=AP)

이에 호주 정부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의회는 명예훼손법의 개정안 초안을 발의했다. 언론인들은 내년 이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될 것이라 자신한다. 개정법은 언론인들을 위한 몇 가지 보호조항을 포함한다. 기자들은 “공익을 위한 표현의 자유”를 더 높은 수준에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명예훼손 소송의 원고들은 법정에서 실제로 ‘심각한 수준의 명예훼손’이 야기되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인터넷 신문업계 등을 중심으로는 온라인상의 기사 등을 이유로 언론사를 고소하는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몇몇 조항들은 논란의 여지를 낳는다. 호주법률위원회의 아서 모제스 회장은 이 법안이 추구하고 있는 저널리즘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호주 법은 경험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어떠한 증언도 허위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는 피고의 몫이다. 일각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콜린스 변호사도 미국과 많은 유럽 국가들은 원고에게 증거의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말한다. 호주도 이들의 방식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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