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타임지 올해의 인물 선정
-‘자연적’ 환경보호 중시...극단주의의 표상으로 기능한다는 비판
-툰베리는 학교로 되돌아가야 할까?

그레타 툰베리. 그녀 옆으로 환경을 위해 등교를 거부한다는 피켓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올해 16세에 불과한 소녀지만 당당하게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그녀가 환경운동을 시작한 것은 불과 지난해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현재 세계를 대표하는 ‘기후투사’다. 

그녀는 매주 금요일이면 등교를 거부하고 스톡홀름의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라고 1인 시위를 벌이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당신들은 공허한 말로 내 어린 시절과 꿈을 빼앗았다”며 세계 정상들을 질책해 ‘핫’한 인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물은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설전은 유명하다. 서방 지도층들을 중심으로는 선천적 자폐증이나 그녀의 분노조절 장애 등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난무한다. 최근에는 그녀의 ‘금수저 라이프’도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녀는 스웨덴의 잘 알려진 유명 예술가 집안에서 자라왔다. 그들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고자 태양광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 퍼포먼스 역시 일반인들의 삶하고는 거리가 먼 금수저 상류충의 허례허식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대다수는 평생 동안 태양광 요트를 거의 접해볼 일도 없을 것이고, 더군다나 그것을 타고 태평양을 건널 여유를 가진 이는 대단히 드물 것이다. 때문에 환경 이슈를 그들만의 테두리에 가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그녀는 아직 16살의 어린 소녀에 불과하다. 그녀의 퍼포먼스 역시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두가 환경에 무신경했기에, 그들을 비판하는 방법 역시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 역시 그럴듯하다.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라는 목소리 역시 시의적절하다. 다수의 환경론자 사이에서는 “메시지를 비판할 수 없으니, 건방지고 예의 없어 보이는 메신저를 비판하는 식”이라고 받아들여진다. 그러니 그녀의 퍼포먼스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본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면 그녀에 대한 비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녀를 비판한다고 환경 문제를 애써 무시하려하는 ‘반동분자’로 해석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그녀의 ‘이것은 쓰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등의 다그침이 대단히 급진적임을 지적한다. 뉴욕타임즈도 최근 “그녀의 급진적인 접근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민주주의적 의사결정과정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그녀는 생태계 보호와 복구 같은 '자연적' 해결책을 중시한다. 이 경우 이미 제도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대책 중 기술적 측면을 경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오염을 악화시킨다는 이유로 비행기 대신 요트로 태평양을 건너는 툰베리. 하지만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태양광 요트의 선원들을 비행기를 이용해 불러들였다. (사진=트위터)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그녀를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을 중심으로 현재 한창 세를 불려나가고 있는 정당들과 급진 환경운동단체 등이 그러하다. 오늘날 서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기후정의(Climate Justice) 시위의 중심에 선 이들은 신재생에너지 등의 기술적 대안을 ‘사기’ 내지는 ‘가짜’로 이해한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에너지 생산 프로세스에 참여하지 않는, 공동체 사회 중심의 에너지 자급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툰베리의 메시지는 이들의 주장과 기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회의론자에 따르면 툰베리가 ‘기후정의를 원하는 사람들(The peoples demands for climate justice)’과 인적 물적으로 연결되어있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헨리 헤일 교수에 따르면 “그녀는 이미 그들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확산시키는 스피커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미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면, 메신저를 비판하지 말라는 비판은 의미가 없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라면 그 존재 가치는 메시지의 확산에 있다. 그러나 메신저의 신뢰도가 부족하다면 정치적 메시지는 확산되지 않는다. 따라서 메신저에 대한 비판은 언제고 가능하다. 환경을 모두의 생존에 달린 문제니, 지리한 정치적 논란과는 떨어트려놓고 봐야한다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역설적으로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모두의 관심사가 아니라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정책의 영역에 불과하다. 
 
보수주의자들은 “툰베리를 위시한 환경단체들은 위험하다”며 “그들은 사회와 시스템에 대한 직접적 위협일 뿐 아니라 환경 변화 위기 대응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고 풀이했다. 그 이유로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있어 키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의 R&D 활동, 정부의 투자와 규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법제와 관행들, 다자간의 조약, 탄소권 거래 등의 시도를 모조리 철폐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인류를 문명 이전 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는 극단적인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환경 문제가 모두의 관심사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프랑스의 유력일간지 르 피가로는 최근 기사를 통해 “금수저 논란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린 툰베리나 그녀를 꼭두각시세운 에코-파시스트(극단적 생태주의자)들은 그들의 활동범위를 스스로 좁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경 보수주의자에 가까운 트럼프나 마크롱 대통령 등과 애써 대결 구도를 가져가며 스스로에게 정치색을 입히는 분위기를 풍자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툰베리와 더불어 언급되는 대상 중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사진=BBC)

이에 툰베리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일부 그녀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마저 툰베리는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툰베리를 학교(혹은 병원)로 돌려보내는 동시에 ‘위험한 어른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그녀가 구축한 정치성을 유지할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한다는 시각까지 그 스펙트럼도 무척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이미 대단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에 노출되었다. 그녀가 홍콩의 민주투사들을 제치고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것도 ‘우리 모두의 환경문제가 불고 일부 지역의 민주주의보다 중요하다’는 가치 판단에 모두의 공감대가 모여저서는 아닐 것이다. 이는 오늘날 환경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종주의적 문제를 암시한다. 그래서 그녀는 환경 그 자체의 문제보다 덜 중요한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당분간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그녀 개인의 미숙함은 문제를 주변부에서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날 툰베리를 둘러싼 기후변화 논쟁을 읽노라면, 환경문제는 정치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각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기후변화는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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