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 늘어나는데...일본어 교육 접근성 떨어져
-지자체 별로 다문화 지원책 천차만별
-정부는 지자체에 문제 일임...변화조짐 희박해

다문화 학생들이 일본 사회에 편입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로이터)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일본어 식 한자표기(간지)’에 있다. 일본어는 워낙 고유 문자와 한자를 혼용하는 문자 체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얼마나 잘 쓰느냐를 판가름하는 잣대로 한자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느냐를 꼽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야 그나마도 한자에 워낙 익숙한 문화권이니 사정은 좀 덜하지만, 한자 문화권을 벗어난 외국인들이 일본어를 익히려면 그 어려움은 배가 된다.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일본 사회와 학교 역시 다문화 바람이 한창인데, 이(異)문화 구성원들이 일본어에 익숙해지는 데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잠재적인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학교들은 점차로 다문화의 영향을 체감하는 중이다. 현재 일본에는 약 12만4000명의 외국인 출생아들이 등록되어 있다. 전체 학생 기준으로 1%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2014년에 비해 30%가 증가한 수치다. 올해 4월에는 노동력 부족을 만회하고자 비자 제도를 외국인 노동자 수입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었다.

향후 더 많은 이민자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일본 사회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인근의 제조 거점에서는 업자들이 매년 브라질인과 필리핀인 수천 명을 데려오고 있다. 토요하시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에 위치한 한 학교의 다문화 학생 수는 5년 전 1352명에서 현재 1976명으로 늘었다.

이 지역에서는 이주민 교육을 위한 지원도 비교적 잘 이루어지는 편이다. 토요하시의 경우는 1990년대 초반부터 상당 규모의 브라질 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새로운 이민자들도 정착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공무원들도 꽤 협조적이라, 가족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자녀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지침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평이다.

이와타 초등학교의 경우 아예 다문화 학생이 전체 학생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 학교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통역사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아울러 200시간의 일본어 특별교육 강좌도 제공된다. 이와타 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민자 아이들을 환영해 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제도는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들의 일본어 교육은 자원봉사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로이터)

그러나 문제는 이민자들이 적은 곳에서 시작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거의 40%는 외국인들에게 그들의 자녀를 학교에 등록시키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며 “일본어로만 통지를 보내는 자치단체들도 많다”고 말한다. 그러한 경우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한 이민자는 “다문화 학생들은 언어에 대한 어떠한 지원 없이 책상에 앉아 마치 뇌로 전달되는 전기 회로가 끊긴 것처럼 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본다”고 말한다.

많은 자치체의 학생들은 결국 학교를 중퇴하게 된다. 아이치 슈쿠토쿠 대학의 고지마 요시미 교수는 “그들도 일단 학교에 가면 배우려고 발버둥친다”고 말하나 “그들은 곧 자신감을 잃는다”고 부연했다. 언어의 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단 문자 체계의 벽에서 가로막히기 쉽다는 분석도 있다. 한 분석에 따르면 “5분의 1의 이민자 아이들이 학교에 전혀 다니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일본법에 따르면 외국인 거주자의 자녀들은 공립학교에 무료로 다닐 수 있지만, 일본 학교와 달리 학교에 반드시 가야 할 의무는 없다.

실제 일본 내에서 ‘일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조사 결과 작년에는 약 5만1000명으로 2016년보다 16% 증가했다. 하지만 일단 일본어 교사 자체가 부족하다. 그나마도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자원봉사자의 수가 전체 일본어 교육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거기다가 자원봉사자의 대다수가 고령이다. 이들이 장기간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자체에 다문화 교육을 일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를 이식한 듯, 6월 국가가 다문화 학생들의 언어 교육을 책임질 필요가 있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기업들 역시 외국인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일본어 수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일본은 외국인들을 노동력으로만 보고 있으며, 사회의 가치있는 구성원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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