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AI 경쟁력 미국 절반 수준…한·중·일 중에서도 최하위
- AI 인재 비롯한 이공계 전문 인력 해외 유출도 심각
- 인재 양성 위한 장기적 관점 투자 필요성 부각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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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우리나라의 인공지능(AI) 분야 글로벌 경쟁력이 경쟁국들에 비해 매우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낮은 경쟁력뿐 아니라 해외로의 인재 유출 등 인재의 절대적 부족 현상도 지적됐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재 양성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우리나라 AI 경쟁력, 한·중·일 최하위 수준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산업계, 학계, 연구원에서 AI 연구를 하는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전화·이메일 설문을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의 AI 인재 경쟁력이 미국의 절반 수준밖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설문은 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쟁력을 10으로 볼 때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경쟁력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한·중·일 3국의 AI 경쟁력 수준은 각각 5.2(한국), 6.0(일본), 8.1(중국)로 평가됐다.

한·중·일 AI 인재 경쟁력 비교(미국=10 기준) (사진=한국경제연구원)
한·중·일 AI 인재 경쟁력 비교(미국=10 기준)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우리나라의 저조한 글로벌 AI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꼽은 '세계 100대 AI 스타트업' 리스트에서는 국내 기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가 2023년까지 AI 분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10곳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매우 동떨어진 결과다.

한편 인공지능 전문기업 ‘엘리먼트 AI’는 자체 조사를 통해 2018년 기준 AI 분야 정상급 글로벌 인력은 대략 2만240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 중 46%에 이르는 1만295명이 미국에 있고, 두번째로 많은 중국이 2525명으로 11.3%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80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조사 결과도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 10월 내놓은 ‘인공지능 두뇌지수: 핵심인재 분석과 의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AI 상위 전문가 500명 중 우리나라 전문 인력은 단 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AI를 비롯한 기술 연구개발 분야에서 기술 인재의 국적은 크게 의미가 없다. 엘리먼트 AI도 같은 보고서에서 AI 전문가의 3분의 1 정도가 박사학위를 받은 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AI 전문 인력은 연구 환경과 처우에 따라 비교적 자유로이 자신의 일터를 옮겨 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이는 우리나라가 AI 연구 발전에 친화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연구 인력의 절대적 부족 현상

한국경제연구원의 같은 설문에서 ‘AI 전문 인력이 수요보다 얼마나 부족한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50~59%가 부족하다’는 응답을 가장 높은 비율로 선택했다. 응답자들이 답한 인력 부족률의 평균은 60.6%로, 산업 필요 인력이 10명이라고 할 때 4명 정도밖에 충족되지 않는 셈이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도 올해 1595명의 AI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 추산했고, 부족 인력은 2022년께 3132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자료=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에도 관련 인력이 배출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와 기회가 많은 미국, 유럽, 중국행을 택하는 인재가 많다”고 꼬집었다. AI 분야의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재들이 연구 개발에 전념하기에 바람직한 환경을 갖추기 있지 못하다 보니 정상급 인재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 현상은 지금껏 지속해서 지적되어온 문제다. 2016년 생물학정보연구센터가 과학기술자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만약 앞으로 1년 안에 취업해야 한다면 국내와 국외 중 어느 지역을 우선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의 응답자가 해외 취업을 택했다. 기술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그에 마땅한 처우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국내 상황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재 양성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서울대 장병탁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학은 수요에 맞춰 학생을 더 뽑는데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학부 정원은 교육부 규제로 15년째 55명에 갇혀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어서 “AI의 핵심인 머신러닝이라는 건 결국 기초연구다. 우리는 기초에 투자를 잘 안 한다”며 인재 확보를 위한 꾸준한 투자를 강조했다. 또 현재 AI 분야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한 캐나다를 언급하며 “캐나다 정부는 사이파(CIFAR·캐나다혁신기술연구소)를 만들어 1980년부터 꾸준히 투자했고, 그렇게 20~30년이 지나니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도 "AI 인재 육성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 만큼 초·중·고교와 대학에서부터 기초교육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며 인재 양성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강조했다. 낮은 AI 경쟁력과 함께 지적되는 인재 유출 및 양성 시스템 미비 문제는 AI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꼭 해결해야할 문제로 꼽히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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