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부터 구세군 자선냄비 ‘전자 기부’ 가능…IT 기술 기부 촉진 솔루션으로 급부상
- 블록체인 투명성·보안성 활용한 새로운 기부 플랫폼도 등장

지난 2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교통카드를 이용해 디지털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모습
지난 2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교통카드를 이용해 디지털 자선냄비에 기부하고 있다.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연말 번화가에는 크리스마스 캐럴 너머로 경쾌한 종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익숙한 빨간 자선냄비 옆 기부를 독려하는 봉사자의 종소리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매년 연말 풍경의 한 구석을 차지했던 자선냄비의 모습이 다소 달라진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올해부터 교통카드와 스마트폰 QR코드를 활용해 1000원씩 소액 간편기부가 가능한 ‘디지털 자선냄비’와 함께 거리로 나서고 있다. 12일에는 정부의 민간 협력 프로젝트로 탄생한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기부 플랫폼이 공개되기도 했다.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기부’는 위축된 기부 문화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 위축되는 기부 문화

IT 기술을 접목하며 시민들의 기부 참여를 이끈 구세군 자선냄비는 ‘스마트 기부’의 좋은 예다. 물론 자선냄비는 수십년을 이어온 전통적 기부 행사인만큼 위축된 기부 문화의 여파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자선냄비 집중모금 기간(11월 30일~12월 31일) 동안 총 63억3600만원이 모금돼 모금액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약 3억원) 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반적으로 위축된 기부문화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011년부터 국내 기부 참여율을 조사해온 이래 참여율은 단 한번도 상승 곡선을 그린 적이 없다.

국내 기부 참여율 변화 추이 (자료=통계청)
국내 기부 참여율 변화 추이 (자료=통계청)

전문가들은 기부 참여가 줄어드는 이유로 경기둔화에 따른 현금 기부에 대한 부담 증가와 연이은 기부 비리 스캔들 등을 꼽았다. 그라운드X가 실시한 사회조사에서 ‘기부를 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묻는 설문에 기부 유경험자, 무경험자 모두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둘째로는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꼽았다. 

128억원의 모금액 중 2억원만 실제 아동 후원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금액을 유용한 것이 밝혀졌던 ‘새희망씨앗’ 스캔들과 딸의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기부금 12억원 가량을 유용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드러난 ‘어금니 아빠’ 스캔들은 기부 문화를 위축시킨 대표적인 기부 비리 사건으로 손꼽힌다. 연달아 기부 비리가 터지면서, 기부하는 행위에 두려움이나 꺼림을 느끼는 현상을 나타내는 ’기부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것은 위축된 기부 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 IT 기술, 기부 문화 변화 해결책으로 부상

좀처럼 회복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위축된 기부 문화의 해결책으로서 IT 기술이 대두되고 있다. 올 연말 새롭게 선보인 구세군 ‘디지털 자선냄비’처럼 낮은 차원에서의 IT 기술 접목을 비롯해,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는 익명성과 투명성을 활용한 새로운 기부 플랫폼 또한 기부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저장된 데이터의 위변조가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기부금의 모금 단계에서부터 집행, 결과 보고의 전 과정을 블록체인 데이터로 남기고 이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 또 암호 화폐 자체를 기부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두 가지 기부 플랫폼 솔루션은 각각 블록체인의 ‘분산 저장매체’로서의 특징과 ‘암호화폐’로서의 특징을 활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부사업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고, 손쉬운 기부 과정의 도입으로 기부자의 기부 활동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 시스템 개발업체 이포넷이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체리 희망 나눔 플랫폼' (사진=이포넷)
금융 시스템 개발업체 이포넷이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체리 희망 나눔 플랫폼' (사진=이포넷)

지난 12일에는 금융 시스템 전문 개발업체 이포넷이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체리 희망 나눔 플랫폼’을 공개했다. ‘체리 희망 나눔 플랫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하는 '2019 블록체인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에 선정돼 개발을 이어온 프로젝트다. 해당 서비스는 기부금이 모금되고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분산 저장매체’로서의 특징을 살렸다. 아울러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 개념을 도입해 기부금이 수요에 따라 빠르고 정확하게 쓰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 5월에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와 사회적기업 낫픽, 아름다운재단이 함께 블록체인의 ‘암호화폐’적 성격을 활용한 기부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지금까지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불편함’이라는 이름의 어플리케이션에서 사용자들이 일상 속 불편함에 대한 기록을 남기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소셜 이노베이터 토큰(Social Innovator Token)’이라는 블록체인 암호화폐가 지급된다. 해당 토큰은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기부 활동에 사용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부 활성화는 우리나라만의 전략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자선단 체인 피델리티자선기금(Fidelity Charitable)은 지난 8월, 암호화폐를 통한 기부금의 누적액이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시리아 난민이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식량 쿠폰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IT 기술의 명확성과 투명성 등의 속성을 살린 다양한 기부 플랫폼은 위축된 기부 문화를 회복할 해법으로서 주목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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