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치를 불려나가는 e스포츠
- 김대호 전(前) 감독과 조규남 대표의 갈등 후 부당해고
- 그리핀 팀 대표 조규남 대표의 서진혁 선수 미성년자 약취 유인?

(스틸에잇 회사 로고)
(스틸에잇 회사 로고)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을 넘긴 그리핀 사태는 현재 e스포츠계의 뜨거운 감자다. 리그오브레전드, 통칭 롤이라 불리는 프로 게임 씬에서 ‘그리핀’이라는 팀 내부의 첨예한 갈등이라는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해당 사건은 산불처럼 번져 현재는 e스포츠 사업 전반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한국컨텐츠진흥원의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973억으로 전년대비 4.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e스포츠 업계가 2018년 전세계 게임 산업이 148조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하는 실정에 발맞추어 점점 더 확장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렇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e스포츠 업계의 최대주주는 롤이라는 게임이다. 그런데 현재 롤 프로게임판에서 벌어진 ‘그리핀 사태’ 논란으로 인해 해당 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그리핀 사태’가 던진 화두는 e스포츠계의 제도적 미비, 중재기관의 부재 등으로 인해 판치는 온갖 음성적 관습과 행위들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드러난 두가지 핵심 사안으로 첫째,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프로게이머 선수들의 권리, 둘째, 투명하지 못한 리그 운영주체의 의사결정 방식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립적인 위치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태를 정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관이 부재하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핀 사태’의 구체적 정황과 진행은 각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함으로 인해 그 논란이 가속화됐다. 해당 사건의 발단은 각각 그리핀 팀 감독과 대표인 김대호 감독과 조규남 대표의 갈등으로 인해 시작됐다. 우선, 김대호 감독은 2017년 6월 그리핀에 합류했다. 그 당시 그리핀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모여 만든 중하위권의 평범한 2부리그 팀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대호 감독의 합류 이듬해, 2부 전승 우승 후 1부리그로 승급하고 그 해, 1부리그 준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대중들은 그리핀이라는 팀이 마치 소년만화의 한 장면 같다고 평가하며 열광했다. 그러나 그 만화가 비극적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9월 26일, 승승장구 하고 있던 그리핀 팀에서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 대중들에게 전해진다. 그리핀 팀이 꿈의 무대인 월드챔피언쉽에 출전했으나, 개막을 채 1주일도 남기지 않은 동월 26일 김대호 감독과 계약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김대호 전(前) 감독이 방송에 나와 해명한 해고 이유는 성적부진으로 인한 해임이었으나, 3연속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부진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또한, 2부리그에서 쩔쩔매던 그리핀팀이 월드 챔피언쉽에 참가할 수준의 정상급 팀이 된 것 역시 김대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이기 때문에 이 해임건은 e스포츠 팬들의 많은 의문을 자아냈다. 

그런데 그때 그리핀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김대호 감독에게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말아달라는 등의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그리핀 선수들과 김대호 감독의 관계는 돈독한 사제지간으로 인식되고 있었기에, 이들이 서로 싸우는 것은 팬들에게 매우 생소했다. 

이후, 김대호 감독은 공개적으로 맞대응을 시작했다. 사실 조규남 대표와의 불화 때문에 감독을 그만두었고, 그에 더해 한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중국의 징동 게이밍에서 임대선수로 뛰고 있던 ‘카나비’ 서진혁 선수를 조규남 대표가 협박에 가까운 부당한 방식을 동원해 중국으로 이적 시켰고, 중간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챙겼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e스포츠 생태계 구조 (사진출처=한국투자증권)
e스포츠 생태계 구조. (사진=한국투자증권)

이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서진혁 선수는 촉망받는 유망주로서, 2019년 2월 그리핀과 정식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중국리그 LPL 소속의 ‘징동게이밍’으로 임대를 가게 되었고 카나비 선수의 가능성을 높게 본 징동은 서진혁 선수를 정식으로 이적 시키고 싶어했다. 징동은 스틸에잇(그리핀 팀의 실소유주) 중국지사에 정식이적 문의를 하는 동시에 서진혁 선수에게도 의향을 타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선수 이적과 관련해 구단을 거치지 않고, 선수와 직접 접촉하는 행위를 ‘템퍼링’이라고 한다. 이는, 각종 스포츠에서 금기시되는데 그 이유는 이미 물밑에서 협약을 끝낸 선수들이 리그 도중 경기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진혁 선수가 처한 상황은 다소 특수하다. 첫째, 그는 이미 징동에 이적을 가 있었기에 징동 선수, 직원들과 접촉이 빈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구단간에 오고가는 이적협의에 대해 완전히 모르거나, 무관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둘째, 그는 갓 열아홉살에 불과한 미성년자로 법적 지식 및 경험이 부족함으로 자기권리를 보호할 수단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복잡하고 첨예한 계약상황 전반을 직접 제어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이러한 특수한 서진혁 선수의 상황을 조규남 대표가 악용했다는 것이 김대호 전(前) 감독의 주장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조규남 대표는 징동의 사전 접촉을 받은 서진혁 선수가 템퍼링을 저질렀으니, 이 문제를 덮어 주는 대신 상당히 낮은 연봉에 무려 5년 단위의 계약을 하라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1년 단위의 계약 갱신이 일반적이고 규정상 최대 3년까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이적료는 계약기간과 정비례하고, 선수연봉과 반비례하는 관계에 있다. 정황상, 조규남 대표가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기 위해, 서진혁 선수에게 불합리한 계약을 강요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미성년자 약취 유인 이른바 인신매매류의 범죄를 저지른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형법 제287조에 따르면,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하는 자는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에, 조규남 대표는 그리핀 소유주인 스틸에잇 홈페이지를 통해, 이적 계약을 한적이 없으며, 서진혁 선수의 행위는 템퍼링이 맞다고 주장하며 김대호 전(前) 감독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결국 10월 17일, 제보를 받은 한국 리그운영진 LCK 운영위원회가 조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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