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력 총리 후보 안와르와 아즈민...동성애 혐의로 몸살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서 동성애는 중대 범죄

한 남성이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 혐의로 공개태형을 당하는 모습. (사진=AP)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말레이시아의 유력 정치인들의 성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워낙 이슬람 국가이고, 이슬람 국가에서 동성애는 중대 범죄로 간주된다. 1925년 생으로 내년 95세가 되는 마하티르 총리의 후계자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누가 먼저 ‘동성애 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하티르 총리는 워낙 고령이고, 임기가 만료되는 2023년 이전에 물러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그러니 누가 총리 직을 이어받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마하티르의 심복이자 말레이시아 정계의 2인자로 이름을 날리던 안와르 이브라힘이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지만, 그를 둘러싼 동성애 논란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안와르는 2008년 보좌관으로부터 쿠알라룸푸르의 한 콘도에서 동성애를 강요했다며 고발당한 바 있다. 2015년 5년형이 확정되어 수감생활을 하다가 작년 총선 직후 국왕 사면을 통해 화려하게 정계로 복귀했다. 

또 다른 후보는 여당인 희망연대(PKR)의 부총리인 모하메드 아즈민 알리다. 안와르가 여당의 1인자라면, 아즈민 알리는 2인자에 해당한다. 실제로도 마하티르 총리는 아즈민을 더 총애한다는 소문이 돈다. 그러나 그도 ‘동성애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6월 그가 남성 보좌관과 성관계를 맺는 듯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유포되면서 곤경에 처했다. 그는 동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다. 

안와르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 들어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전당대회 직전, 26세의 전직 남성 보좌관은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안와르가 자신을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안와르 역시 이를 즉각 부정했지만 사실 유무와는 별개로 안와르는 동성애자라는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카이오스와츠 교수는 “말레이시아 지도자들은 동성애자 이미지를 지우는 것이 급선무”라면서도 “서로가 그 점을 알고 있기에 향후 후계자 승계작업은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아시아타임즈(AT)도 “안와르와 아즈민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공방 수위를 낮추기 위한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며 “하지만 아즈민과 지지자들은 안와르 진영이 휴전 조건을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양측의 휴전은 깨졌다. 앞으로 남은 것은 전쟁 뿐”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