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일본, 내년 추가 경기부양책 도입”...시장은 회의적
-경기부양책 지속적 시도는 "효과 없다"는 방증
-무역전쟁도 일본경기 기대감 낮추는 요인

일본의 경제전망은 내년에도 밝지 않다 (사진=AFP)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어느 나라든 '경기부양책'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할 일은 그다지 많지않다. 경기부양책 대신 대안책을 내놓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기부양책 실패를 알더라도 그저 효과 없는 경기부양책을 끝없이 시도할 뿐이다. 바로 경기부양책의 함정에 빠진 일본의 현주소다. 
 
홍콩 영자지 아시아타임즈(AT)는 “일본이 최근 새로 도입한 1210억 달러(약 144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이 경기부양책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백 조원의 비용이 투입된 경기부양책은 아베정권 내내 시도되어왔다. 그러나 내년 100조 원이 넘는 경기부양책이 또다시 도입된다는 전망은, 다른 한편으로는 그간의 경기부양책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AT 역시 “내년 일본 경제가 올해보다 훨씬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일본의 2019년은 언제나처럼 어둡다. 일본 경제는 7~9월 분기 사실상 성장이 멈췄다. 소매판매는 4년 반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급감했고, 10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로 9.2% 감소했다. 니케이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베 총리팀은 이미 2020년 도쿄 올림픽 경기 이후 경기둔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도쿄 올림픽은 일본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여겨져왔다. 60만 명의 외국인 방문객들과 함께 경기장, 호텔 등 인프라의 건설은 ‘아베노믹스’의 핵심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도쿄올림픽 외 ‘아베노믹스’의 핵심 프로젝트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경기부양책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일본은행은 2011년 이후 수조 달러를 경제에 쏟아부었다. 일본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1980년대 이후 최장기간의 경제 팽창을 이끌기는 했다. 그러나 물가는 요지부동이었고, 민간부문의 임금이 오르지도 못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요인이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전쟁에 취약성을 드러낸 이유로도 해석했다. 

일본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도 연말이 가까워질 수록 하락하는 모양새다. (사진=SBS뉴스)
경기부양책 실패로 곤경에 빠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SBS뉴스)

◆ 새로운 경기부양책의 특징은?

내년 시행될 경기부양책은 과거의 경우와 무엇이 다를까? 특별할 것이 없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AT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일본은행에 더 강력한 부양책을 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아소 다로 재무상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은행 시스템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를 무마시켰다. 추가 금리인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일본은행에겐 선택지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일본은 이미 발행국채의 절반 이상과 함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약 2660억 달러(약 317조 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지난 12개월 동안 일본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과 달리 추가적인 완화 정책에 나서지는 않았다. 일본은행은 추가 유동성 투입이나 자산 매입 프로그램 조정을 통해서 기업들의 심리를 개선할 수도 있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난 7년 동안 아베 정부는 거의 전적으로 구태의연한 경기부양에만 의존해왔다”며 “내년 올림픽 이후의 경기 하강 위험을 극복하고 경제 활력의을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추가 재정 부양책이 동원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심각한 부채 부담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평이 중론이다. 일본의 부채는 현재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5배 수준으로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올해 10월 일본은 이러한 부채 일부를 상환하기 위해 소비세율을 10%로 인상했지만 효과는 미약했다. 

무역전쟁의 여파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지난 4일 일본 의회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비준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38.5%의 관세율을 9%로 낮추는 것을 포함하여 약 72억 달러(약 8 6000억 원)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에 수입되는 일본 자동차에 붙는 관세율 2.5%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진정 우려하고 있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의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AT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2단계 무역협상을 압박할 경우 일본 기업계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일본 기업들은 내년에도 임금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새로운 부양책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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