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이점덕 유럽과 아시아 각국, 북남미 잇는 허브공항 역할
-싱가포르 창이공항, 인천공항 등 '유통-소비-엔터테인먼트' 복합 공간 선도
-중·일도 복합쇼핑몰 건설...시너지 극대화 나서

세계적 명소가 된 창이공항의 쥬얼터미널 (사진=CNN)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오늘날 국제공항은 하루 수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유통과, 소비,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하나의 ‘복합산업’으로 간주된다. 특히 싱가포르와 인천, 중국의 국제공항들은 주변 국가들의 성장과 저가 항공사의 활약으로 유례없는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 그리고 북남미 대륙을 잇는 지리적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2037년까지 전 세계 항공 이용객이 82억 명으로 현재 수준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협회는 아울러 “아시아의 국제공항들은 부수적인 비즈니스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에 각 공항들은 관광객 유치에 직접 나서는 한편, 임대 수입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니케아는 이에 대해 “그들의 롤모델은 백화점”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트렌드는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회계년도 기준으로 창이공항은 임대 및 소매업으로 전체수익의 60%를 벌어들였다.

올봄에는 ‘쥬얼터미널’을 개장했다. 개장한지 반년도 안 돼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는 평가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큰 실내폭포(최장 40m)의 굉음에 정신을 놓을 틈도 없다. 5층 전체의 수직 입면을 녹색으로 휘감고 있는 2000~3000그루의 남국 정원수들이 건물 안/밖의 경계를 혼란스럽게 한다. 터미널 사이를 잇는 트램이 폭포 곁을 지날 때면, 영화 ‘아바타’ 속으로 들어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는 후기가 SNS를 중심으로 줄을 잇는다. 일대에는 약 280개의 명품샵이 자리한다. 그 결과로 창이공항은 오늘날 하루에만 3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은다. 

우리 인천국제공항도 창이공항에 쉬이 뒤지지 않는다. 엄청난 규모의 면세점과 영화관 덕에 가장 인기 있는 공항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아울러 9월에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24년까지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을 추가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관계자들도 “인천공항은 조만간 연간 이용객을 1억 명 이상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5조 원으로 매출액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승객과 화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처리하는 지표에서 세계 1위를 다투고 있다. 더 많은 승객을 수용할 여력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인천공항 전경 (사진=한국공항공사)

베이징의 닥싱 국제공항은 지난 9월 문을 열고 10월 말부터 국제선을 취항했다. 800억 위안(약 12조 원)규모의 이 공항은 2021년까지 연간 승객 목표를 4500만 명으로 잡았다. 베이징캐피털 국제공항은 국내선 이용객이 주로 이용하는 반면, 닥싱 공항은 국제선 이용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홍콩 국제공항 역시 2021년 공항 인근에 대형 쇼핑몰인 스카이시티를 개장할 계획이다. 홍콩 공항 역시 2030년까지 연간 승객 수가 1억 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1억 명의 이용객들의 발을 묶어둘 상업지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나리타공항의 임대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1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5년 전보다 70%나 급증한 수치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시설로 꼽히는 니혼바시 백화점의 매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공항 내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수익이 공항 전체수익의 42%를 차지한다. 약 2497억 엔으로 그 자체로 항공사업과 견줄 만하다는 평가다. 하네다 공항역시 추후 국제선 터미널과 인접한 쇼핑몰을 오픈할 예정이다. 

하네다 공항 측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허브 공항이 된다는 것은 무한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며 “인접지역의 인프라가 개발되고, 국제적인 행사를 유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네다 공항은 쇼핑몰 개장효과로 내년 수익이 약 700억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이 같은 특수에 유럽 및 미국의 유력 공항들은 군침을 삼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공항이 물류와 인적 자본을 잇는 허브로 기능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가 따른다. 물류와 자본을 끌어오려면 사통팔달로 통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이 매우 중요한데, 유럽의 경우 아시아의 공항들보다 입지 조건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싱가포르나 홍콩, 인천의 공항이 발달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공항은 이제 그 자체의 기능을 넘어 여러 산업이 교차하는 복합단지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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